[굿모닝 인터뷰] 춤꾼 김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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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알지? 나 댄서 김(킴)이에요. 샘(선생님)! 제가 그 쪽으로 갈게요.(책상에서 훌쩍 뛰어내린 뒤) 더 파이브식스세븐에잇! 모르시는 모양인데, 나 몸으로 표현해요."

춤 잘 추는 개그맨 김기수(28)가 물을 만났다. 대학로 무대, 엽기 리포터를 거쳐 오랜만에 제 길을 찾은 그는 빼어난 순발력과 현란한 춤솜씨로 KBS의 보배로 떠올랐다.

4년 전 대학시절 그는 무작정 대학로로 갔다. 아무나 붙잡고 자신의 끼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때 만난 사람이 대학로에서 개그 공연을 하던 '갈갈이'박준형(34)이었다.

"저 웃겨요."(김기수)

"그렇게 안 생겼는데."(박준형)

"춤과 수다 끝내줘요."(김기수)

김기수를 여러가지로 테스트해 본 박준형은 "이 놈 물건이네. 눈이 살아있어"라며 놀랐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팀에 합류시켰다. 이때부터 김기수는 박준형을 "아빠"라고 부른다.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줬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익힌 실력을 바탕으로 그는 2001년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김기수는 지난달 중순 KBS '개그콘서트'에 본격 합류했다. '무사들의 대화' '비트박스' 등의 코너에서도 모습을 보이지만 특히 '봉숭아 학당'코너의 '댄서 김'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음~최고예요.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하도 신경써서 장염에도 걸렸지만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어요. 하루하루가 꿈만 같아요. 오호!"

최근 많은 연예인이 앞다퉈 흉내내고 있는 '시옷(ㅅ)자 춤'은 그의 작품이다. 다리를 쫙 벌렸다 오무렸다 하는 이 춤은 '사람인(人)자 춤''쭉쭉 춤'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8월부터 '연예가 중계'의 리포터 활동을 하던 그가 주호성.장나라 부녀를 인터뷰하면서 이 춤을 선보였는데, 당시 두 사람은 웃느라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인터뷰 후 장나라는 박경림에게 "너무 웃기는 사람이 있다"고 얘기했고 박경림이 다시 입소문을 내면서 '시옷자 춤'은 연예가에서 화제가 됐다. 요즘 디스코클럽에서도 이 춤은 단연 인기라고 한다.

"사실 저 아역 탤런트 출신이에요. 중학교 때 KBS '역사는 흐른다'란 작품에서 어린 학도병 역할을 했거든요.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공부와 연기 중 택일하라는 거예요. 결국 뜻을 접어야 했고 오랜 방황이 시작됐죠." 이후 공부는 뒷전이고 춤만이 그의 친구였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상명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서야 마음 속 깊이 묻어뒀던 꿈을 꽃피운 것이다.

먼 길을 돌아와서인지 김기수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순간의 인기에 만족할 경우 금방 도태되는 곳이 연예계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최근 설날 특집 프로그램 5곳에서 자신의 '시옷 춤'이 나오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곧바로 '신무기' 개발에 들어간 건 그 때문이다.

"노력과 변신만이 살아남는 길 같아요. 때가 되면 제 이름을 건 버라이어티 쇼도 진행해 보고 싶고요.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죠. 리듬에 맞춰 한걸음 한걸음씩 전진할래요. 더 파이브식스세븐에잇…."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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