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요에도 왜색시비|일본군가조에 저속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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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공부가 제정. 전국중고교학생들에게 보급한 70년도 국민가요가 일본군가조 또는 저속한 가요라해서 일선 음악교사들의 커다란 반발을 사고있다. 지난달 30일 중등음악교육회이사회는 이 국민가요들이 ①일본색가요의 표절 ②슬픈 단조를 띠었고 ③저음가수도 부르기 힘드는 아래세째덧줄 F음이 한곡에 4번씩나와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없다고 결의하고 지난 2일의 음악인대회에서 정식안건으로 제의했다.
이 국민가요는 지난 3월 문공부가 건전한 가요를 통한 국민정서함양을 위해 50만원 현상모집(작사·작곡부문)을 실시했으나 작사부문 가작 1편 이외에는 당선작이 없어 심사위원이었던 대중가요 작곡가들에게 의뢰했었다는 것이다.
문공부는 1백80여만원의 예산으로 새날의 일꾼(박춘석작곡) 새날의 일꾼(이인재작곡) 기쁨을 노래하자(길옥윤작곡) 나가자 앞으로(나화랑작곡) 젊은 일꾼(이봉조작곡) 착실한 전진(박시춘작곡) 우리모두 손잡고(황문평작곡)등 7곡의 70년도 국민가요를 제정, 레코드 2천장과 악보 1만부를 찍어 서울의 경우 지난달 26일 서울시교위를 통해 시내 2백90여개 학교에 배포했다는 것이다.
상명여고 음악교사 김정진씨(중등음악교육회총무)는 『문교부 방침으로 학생들은 대중가요를 부를 수 없게 되어있는데 더구나 일본색조의 국민가요를 음악교사의 양심으로서는 도저히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하고 이는 오히려 국민정서를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어느 교사는 음악시간에 국민가요를 가르치자 학생들이 웃어버려 낯이 뜨거워지기도 했다는데 요는 내고향 101번지, 처녀엄마등의 저속가요는 부르지 못하게 하면서 같은 작곡가가 작곡한 국민가요를 권장해서 부르게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작곡가 이흥렬씨도 문공부가 제정한 국민가요는 너무 저음으로 학생들에게는 교육시킬 수 없는 부적합한 가요』라고 지적했고 국민가요 현장모집때 심사위원장을 했던 작곡가 김동진씨는 『이러한 가요를 학생들에게 권장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즉시 회수되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가요 작곡자의 한사람인 박시춘씨는 『국민가요는 직장·학교등 각계 각층에서 누구든지 부를 수 있도록 대중적으로 작곡한 것뿐』이라고 말하고있다.
음협은 지난 4일 음협회장단과 김동진(경희대교수) 이성삼(경희대교수) 김정길(이화여고교사) 김정진(상명여고교사) 김상두(수도여고교사) 제씨로 구성한 긴급대책위를 열고 말썽이 되고있는 국민가요의 즉각 철회를 문공부에 건의키로했다.
이에대해 문공부 당국은 이 국민가요가 학생들이 부르기에는 적합치않다는 것은 인정하고 처음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 아니었는데 행정착오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변명하고있다.
여하튼 건전한 가요를 대중이 싫어하더라도 많이 부르게 함으로써 친근감을 느끼게 해야할텐데 대중이 좋아한다고해서 대중에 영합한다는 것은 문공부의 음악정책이 크게 빗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음악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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