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 사라져야 할 체벌성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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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일단락된 기아 타이거즈의 김성한 감독의 김지영 선수 폭행사건을 지켜보면서 많은 야구 관계자는 물론이고 팬들은 많은 실망을 느꼈을 것이다.

중·고교 야구부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성인야구 그것도 프로야구계에 아직도 구타가 만연하고 그로 인해 한 선수가 다쳐 병원에 입원하는 불상사가 생긴 부분에 대해서 팬 입장으로 바라볼 때 안타깝기 그지 없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8월 17일 김성한 감독은 광주구장에서 훈련도중 "자기 위치도 제대로 찾지 못한다"는 꾸중하면서 김지영에게 배트로 헬멧은 쓴 머리를 세차례 구타했다.

여기에 김지영은 머리가 찢어지는 심한 부상을 입어 기아 타이거즈의 지정병원인 광주 한국병원에서 상처부위를 여섯 바늘 꿰맸다.

그 후 김지영은 2주간 통원치료 받고 8일간 정상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김지영은 목통증을 호소하고 시야가 흐리게 보이는 후유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을 받기 어려워 나주병원에 입원한 뒤 김성한 감독에게 합의금을 요구했다.

김지영의 장인인 김아무개씨는 2억원까지 요구했으나 김지영측은 나중에는3천만원으로 낮췄다. 이에 김성한 감독은 위로금 형식으로 2천만원을 제시했으나 합의는 깨졌다.

김성한 감독이 병문안은 커녕 사건에 대해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한 김지영측은 25일 청와대 및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언론사 등의 인터넷 게시판에 '기아 폭력감독 김성한은 각성하라'는 호소문을 올려 세간의 주목을 이끌었으나 26일 정재공 단장을 만난 김지영이 퇴원을 하면서 "섭섭한 마음에 인터넷에 구타 사실을 올렸는데 생각밖에 일이 커졌다. 본의가 아니기에 합의금 3천만원 등 당초 요구사항을 조건없이 철회하겠다"며 사건을 수습했다.

김성한 감독의 선수 폭행사건은 어느 누구가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도 큰 문제지만 구타한 사실에 대해 반성은 커녕 오히려 '사랑의 매'라는 가면을 씌우면서 폭력을 정당화하는데 그 심각성이 크다 하겠다.

그동안 야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계는 지도자가 선수에게 또는 선배가 후배에게 체벌성 폭력을 가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많은 감독들도 "우리나라 야구선수 중 맞지 않고 성장한 선수가 어디 있는가" 혹은 "맞을 때는 맞아야지"하면서 폭력을 가한 김성한 감독을 두둔하고 있다. 심지어 모 고참급 선수는 체벌성 폭력을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가지는 애정의 표현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폭력을 정당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지영이 김성한 감독 말처럼 잘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잘못을 구타로 처벌해야 한다는 비뚤어진 생각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그 자체가 문제다. 놀랍게도 이러한 잘못된 생각은 소수가 아닌 대다수의 지도자에게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상태면 체벌성 폭력은 앞으로도 사라지기는 커녕 구타가 보편화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심한 구타는 선수들을 좋은 길로 인도하기 보다는 나쁜 길로 빠지게 하는 역효과까지 낳는다. 또한 지도자들의 구타가 싫어 중도에 야구를 포기한 사람이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김지영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야구를 그만 두게 되었다.

김성한 감독과의 서로의 인간관계에 금이 간 이상 야구를 계속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밖에 없으며 설령 사건 이전의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간다 손치더라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맞으면서까지 야구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더욱이 체벌성 폭력은 청산되어야 할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잔재다. 더이상 이번 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이 없도록 함께 노력을 해야 하겠다

신종학 프로야구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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