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간 중국 국방부장 "아태지역서 도발은 무책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만나 중국 해군이 내년 림팩(RIMPAC·환태평양군사훈련)에 참가하기로 하는 등 군사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은 중국 칭다오 해군기지에 20일 정박한 린이함에 도열한 해군이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칭다오 신화=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군사협력이 바짝 속도를 내고 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국방장관)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 펜타곤에서 미·중 국방장관 회담을 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 이후 2월에 임명된 헤이글 장관, 시진핑 주석 취임 후 3월에 임명된 창완취안 부장으로선 첫 번째 맞는 미·중 국방장관 회담이다.

 6월에 있었던 ‘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두 장관은 군사협력의 폭을 넓히자는 데 쉽게 합의했다. 2014년 림팩(RIMPAC·환태평양군사훈련)에 사상 처음으로 중국 해군이 참가하기로 재확인했다. 올 11월 하와이에선 미·중 해군이 첫 합동 해상재난구조훈련을 하기로 했다. 헤이글 장관은 창완취안 부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년에 중국을 방문하겠다고도 밝혔다.

 미·중 국방장관 회담은 1년3개월 전인 지난해 5월에도 펜타곤에서 열렸다. 하지만 당시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량광례(梁光烈) 전 국방부장’ 조합은 ‘척 헤이글-창완취안’ 조합보다 거친 모습을 보였다. 사이버 해킹을 둘러싼 논쟁의 여파 때문인지 패네타 전 장관은 합동기자회견 뒤 악수도 하지 않고 먼저 퇴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달랐다. 헤이글 장관과 창완취안 부장은 다음 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 국방장관 회담 때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게다가 창완취안 부장의 목소리엔 그 사이 더 커진 중국의 힘만큼 여유가 있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군사력 재배치 전략’과 관련해 AP 기자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인용해 “태평양은 두 강대국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넓다”며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걸 환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태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독주하기보다는 ‘윈-윈’하는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완취안 부장은 “중국은 아태 지역에서 평화를 최우선하겠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자신의 이익만 앞세워 도발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어떤 행위도 무책임한 것이며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태평양이란 한자에는 평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중국은 미국과 함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아태 지역의 평화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선 중국이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미국 내 중국 전문가인 케네스 리버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신강대국 관계 형성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북한 등이 지역 내 평화를 깨뜨리는 도발 행위를 할 경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창완취안 부장은 일본 등과의 영토 분쟁에 대해 단호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중국의 이익을 팔아 넘길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영토·해양 주권을 수호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평가절하하지 말라”고 말했다. 헤이글 장관은 “미국은 영토 분쟁에서 중립적 입장”이라며 “다만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