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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어떤 전략으로 고객 지갑 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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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었던 동화 중에 바람과 햇님이 길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더 먼저 벗기는지 내기하는 동화가 있다. 뭐든 다 날려버릴 것 같은 바람의 힘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쉽게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할 수 있었다. 창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지갑을 잘 열어야 하는데 바람과 햇님 중 어느 쪽 전략을 선택해야 할까를 고민해 본다. 현명한 사업주라면 최근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각양각색의 고객을 대상으로 바람처럼 강력한 힘을 쓸 줄도 알고, 또 햇님처럼 따뜻한 햇살을 비출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만났던 카센터 사장님은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지금은 창업한지 약 7~8년 정도 되어 관리하는 고객만도 1만5000여 명이나 되며, 연매출 4억을 넘기고 있어 성공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 자신은 정비기능사 자격증이 없다. 또한 카센터가 도시의 외곽에 위치해 입지상으로는 불리한 상황이다. 창업에서 카센터는 입지보다 기술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치열한 경쟁 하에서 중심상권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곳까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이 없다면 성공은 불가능하다.

물론 처음 2~3년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도시의 외곽에 창업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찾아오는 고객이 없었다. 고객확보를 위해서 택시기사를 타겟으로 홍보를 했다.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엔진오일을 원가에 교환해 주는 서비스였다. 늘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택시기사는 엔진오일교환 주기가 일반 승용차보다 짧아 자주 교환해줘야 했고, 차량수리비는 수익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홍보를 시작하자, 기사 자체가 주 고객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소문을 내는데도 큰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력을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도 했다. 어떤 정비이건 문서화해 고객에게 확인시켜주고, 다음에 방문했을 때 그 기록을 근거로 꼭 필요한 정비만 진행했다. 말로 설명해주고 끝나는 것과 문서로 작성해 확인시켜주는 것은 종이 한 장의 사소한 차이 같아 보이지만, 고객의 신뢰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차량 정비 후엔 엔진룸 청소와 녹을 방지하는 간단한 코팅을 서비스로 제공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엄청난 차이를 느끼게 했다. 깨끗하게 바뀐 차량 내부를 보는 고객은 시각적으로 차량의 수리를 확인하고, 심리적인 만족을 얻게 된다. 그 만족은 기술력에 대한 신뢰감으로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면서 지금은 약 1만5000여 명의 고객을 단골고객으로 확보하고 있고, 다들 매출이 감소하는 불황 속에서도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전략으로 고객의 지갑을 열어보시렵니까?

정선희 소상공인진흥원 천안아산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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