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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이 물가 변동 주범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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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안동환
서울대 농업경제사회학부 교수

무더운 여름이 한창이다. 지치고 짜증스럽지만 반겨야 할 점도 하나 있을 것 같다. 최근 긴 장마로 인해 물가상승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농축산물이 당분간 이런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농축산물의 가격변동은 물가불안의 주요인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다. 국가경제의 주요 거시지표를 산출하는 한국은행에서도 올 하반기 물가불안 주요인으로 환율과 함께 ‘기상여건 악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7~9월의 장마와 태풍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이 대표적인 예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농축산물의 가격 불안이 물가 급등 또는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며 물가지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양한 품목의 가격을 하나의 지수로 나타낸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농축산물의 가중치(전체 지출액 대비 농축산물 지출액 비중)는 총 가중치 1000 중에서 65.6에 불과하고 공업제품이나 서비스부문은 이보다 몇 배 더 높은 가중치를 가지고 있다. 농축산물 가격 변화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기여도(6.6%)가 다른 품목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에 물가지수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

 그럼에도 농축산물 가격이 물가상승의 주범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 수준에 대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농축산물이 장바구니에 자주 담기는 탓이다. 이는 많은 소비자가 농축산물 물가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농축산물에 대한 높은 구입빈도 때문이라고 답한 조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우리 농축산물이 물가변동의 주범으로 몰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서민의 삶과 밀접하고 가격변동이 심해 자주 이야깃거리에 오르기 쉽다는 이유로 농축산물에 오명이 씌워져서야 되겠나.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물가불안과 관련한 논란의 중심에 오르내리는 농민들에겐 지금 무더위가 반갑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안동환 서울대 농업경제사회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