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두환 비자금' 법과 원칙 따라 끝까지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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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두환 비자금’ 수사가 상당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비자금이 유입된 재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고 관련자 사법처리도 가시화하고 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에 임하는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가 비자금에서 나온 자금 등으로 매입한 경기도 오산 땅 매각대금 중 최소 300억원을 전 전 대통령 자녀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검찰이 재산 분배 계획이 담긴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땅을 판 돈 중 500억가량을 전 전 대통령 일가에 주려는 계획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재국·재용씨 형제를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던 전 전 대통령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전 전 대통령 측이 퇴임 후 8년간 3만 개의 차명계좌로 20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운용했다고 하니 그 규모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는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대로 “과거 잘못에 대한 완전한 정의(full justice for past wrongdoings)”다. 그 점에서 최근 불거진 전 전 대통령 측의 ‘일부 자진납부’ 의사 타진은 부적절하다. 검찰이 밝힌 것처럼 “목표는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전액 환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징금은 액수의 문제도 아니고, 검찰과 전 전 대통령이 절충할 문제도 아니다. 역사의 정의를 바로잡는 작업으로 전 국민의 문제다. 어떠한 경우에도 추징금 집행은 뒷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검찰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비자금을 끝까지 파헤쳐야 할 것이다.

 비자금의 줄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단기적 성과 올리기에만 급급해 추징금 집행의 대의(大義)가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전모를 밝혀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