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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밤새운「왕손」잃은 악선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비운의 황태자 이은씨의 운명을 맞은 악선재는 깊은 슬픔에 잠긴 채 하루를 보냈다. 2일 악선재 주변에는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하여 윤보선 전 대통령, 정일권 국무총리, 유진산 신민당수등 각계 인사가 보낸 화환 70여개가 빈소입구를 메웠고「가나야마」주한 일본대사등 30여명이 보낸 화분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부음이 전해진 1일 하오 1시 10분께부터 줄이어 달려온 조객들은 2일 하오 3시현재 2백여명이 넘었다. 이날 하오 1시15분쯤 정일권 국무총리가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한 것을 비롯 윤치영 공화당의장서리, 김태동 보사부장관, 신범식 문공부장관, 임병직 전주미대사, 여운홍씨,「가톨릭」의대학장 정일천씨, 영화배우 신형균씨, 윤정희양등이 빈소를 찾았다.
이날 하오 2시 김정렴 청와대비서실장이 빈소를 찾아가 박대통령의 조의를 전했다.
악선제 신관 응접실에 마련했던 빈소는 2일 0시10분쯤 이은씨의 침실로 쓰려던 방으로 옮겨졌다.
이은씨와 가까운 친척인 6촌누님 이백영 할머니(83)는 노구를 이끌고 달려와『마지막 왕손이 승하하셨다』고 말하며 눈물지었다.
일본기옥현에 살고 있는 의친왕의 아들 이건씨는 조화 2개를 악선재에 보냈다.
이우공의 부인 박찬주여사(56)은 1일 밤 9시쯤 빈소를 찾아『기어이 왕께서 돌아가셨군요』하며 눈물을 흘렸고 밤 10시쯤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미사를 올렸다.

<일천황도 조전>
2일 새벽 2시15분쯤 유인 일본천황등 일본 황측이 보낸 조전 9통이 빈소에 닿았다.
일본황실의 시종관「이리에·쓰께마사」씨는『일본천황 황후 양 폐하께선 이은전하의 서거 보도를 듣고 깊이 애도하시고 조의를 표합니다』고 전해왔다.

<창덕궁에 가무금지>
문화재관리국은 2일 이은씨의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창덕궁의 일반 공개는 제한하지 않으나 경내에서 음주 가무곡등은 금지한다고 밝혔다.

<검은「리번」달기로 진명여고생들>
진명여중고는 영친왕 별세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전교생들이 검은「리번」을 달고 빈소를 찾기로 했다. 진명여중고는 영친왕 모친 엄비가 영친왕 국과 경선궁 소유전답 2백만평을 하사 받은 것으로 세워진 것이다.

<별세소식도 못알아들어 덕혜옹주>
악선재 뒤 수강재에 기거하고 있는 덕혜옹주는 이날 영친왕의 별세소식을 듣고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영친왕의 누이동생으로 단 한분의 동기인 옹주는 정신병에 걸려 일본에서 귀국, 이곳에서 요양중이었는데, 이날 성옥염상궁이 비보를 전했을 때만 해도 그냥 멍한 표정이었다.

<장지는 금곡릉>
영친왕 이은씨의 장지는 지난해 이미 전주이씨 종양원과 문화재관리국에 의해 경기도 양주군 미금면 금곡리에 있는 홍·유릉(속칭 금곡릉) 옆에 결정되어 있었다.
문화재관리국은 종약원의 요청에 따라 이미 왕릉규모의 가릉을 만들어 놓았고, 재실과 석상, 비석등도 모두 준비해 놓았다.

<간소한 장례식 거행, 준비위서 합의>
이은씨 장례준비위원들은 2일 상오 모임을 갖고 이번 장례에는 황대자의식에 따라 지내되 간소하게 할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준비위원들은 이와 같은 테두리를 정하고 관계 당국과 협의한후 하오 3시 박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구체적인 장례절차표을 발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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