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혹한 사이 … 개학 연기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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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어진 폭염으로 적잖은 학교가 개학을 미뤘다. 전기요금 탓에 에어컨을 마음껏 틀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어서다.

 30~40년 전 교실도 그랬다. 1970년대 까까머리 남학생들이 교복을 벗고 러닝셔츠 바람으로 앉아 땀 흘리며 수업하던 모습은 흔한 광경이었다. 60명이 넘는 학생들로 교실이 꽉 찼지만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없었다. 그래도 그때는 개학이 8월 말이었지만 요즘은 8월 중순이다. 주5일제로 줄어든 수업일수를 채우려고 방학을 줄인 탓이다.

 문제는 변덕스러운 날씨다. 방학 전후 폭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8월 26, 27일 낮 최고기온이 32.4~32.9도로 폭염주의보 발령 수준(33도)에 육박했다. 2011년에는 방학 전인 7월 18일 낮기온이 34.1도까지 치솟았고, 방학 후인 8월 30, 31일에는 32.4~32.8도를 기록했다. 2010년 8월 19~22일에도 내내 32도를 넘었다.

 여름방학을 늘리고 겨울방학을 줄이는 ‘조삼모사(朝三暮四)’도 능사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23~31일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날이 7일이나 됐다. 또 올해 2월 7~9일에도 영하 12.3~15.8도를 기록했다. 폭염 피하려다 혹한을 맞게 생겼다. 결국 학교에 냉난방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일요일부터는 폭염의 기세도 한풀 꺾일 전망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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