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캄보디아」사태개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은 마침내「캄보디아」전란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29일 미 국방성은 월남군으로 하여금「캄보디아」영내에서 대공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미 군사고문단을 파견하는 한편, 미 공군 전술기들이 그 작전 지역을 폭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공식으로 발표했다. 한편 이 보도와 때를 같이하여 30일 월남군은 대대적인 미군 지원아래 「캄보디아」영내 40km까지 진격한 것도 아울러 알려졌다.
또한「닉슨」대통령은 1일 공식 성명을 통해 드디어「캄보디아」에 대해 미군이 제한된 진격을 개시했음을 발표했다. 즉「닉슨」대통령은 주월 연합군의 생명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캄보디아」국경 지대에 있는 월맹군과「베트콩」의 근거지를 소탕할 목적으로 미 연합군이 진격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작전은 6주 내지 2개월정도가 걸릴 것이며 소탕이 끝나는 대로 곧 철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동안 미국은「캄보디아」사태에 대해 지원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닌가, 또 어떤 형태의 지원을 해야 할 것인가를 신중히 검토해 왔던 것인데 결국 미 행정부는 현 단계로서는 월남군 지원을 통한 간접적인 「캄보디아」지원 방식과, 극히 제한된 단기 결전 방식을 채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닉슨」행정부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다시 말하여 미국이「캄보디아」사태를 매파적인 입장에서만 다루지 않기로 결정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은 미 국회의 반발, 또는「닉슨·독트린」과도 상치되는 점이 없지 앓으므로 불가피적인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닉슨」대통령이 금1일의 연설에서 미국이「캄보디아」에서의 위험한 장기 작전에 개입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시사했을 뿐 아니라, 그의 어조에는 다분히 미국의「캄보디아」지원으로 동남아 전쟁을 확대시킬지도 모른다는 일부 우려를 완화하려고 그가 무척 심려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에서도 그와 같은 심증을 더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미국의 이와 같은 형태의 작전과 지원이 과연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냐 하는 점이라 하겠다. 그것은 현지 작전의 성공여부 또는 공산군의 향배에 달려 있다기보다는 다분히 미 국내 정치적인 정세, 또는 여론의 향방에 달려 있음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에 걸친 월남전쟁을 회고하더라도 미국은 전쟁 지도면에 있어 항상 우여곡절이 심했으.며, 그것은 다름아닌 미 국내 정치정세 또는 여론의 반발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는「닉슨」행정부가 「캄보디아」에 대한 지원을 결단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그것이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적지 않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닉슨」행정부의 대「캄보디아」지원에 대해서 일부 미 국회의원들은 즉각적으로 크게 반발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캄보디아」지원을 소홀히 할 때, 「캄보디아」사태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아울러서 또 이러한「캄보디아」사태의 진전이 월남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연관이 큰 것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날 월맹군이나「베트콩」은「캄보디아」국경 지대를「성역」으로 삼고, 침공을 일삼았을 뿐만 아니라 3·18「캄보디아」정변 이후 월맹「베트콩」「파테르 라오」파·[시아누크] 파등은 이른바 인지 좌파 4자회담 (4월24일∼25일) 을 개최하여 침략 의도를 명백히 한 바 있었다.
또 그런가 하면 주은래와 김일성 괴수까지도 공공연하게 조속한 시일내의 인지의 적화를 호언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그것을 방임할 때, 사태는 위험천만한 것이 될 것도 명약관화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동남아 사태에 대한 지원과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당위 앞에 서 있으나, 그러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는 무엇보다 미 국내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어려운 시련 앞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미 국민에 대해서 인지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그 지원에 협조해 줄 것을 희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