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 보는 초등생, 한강 1㎞ 헤엄쳐 건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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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에는 수영복을 입은 초등학생 483명이 모였다. 덕수초에서 199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한강 건너기 행사에 모인 학생들이었다. 이들 사이에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김준석(11·사진)군도 있었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던 김군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최선을 다해서”라고 외치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열심히 물살을 가르던 김군은 앞이 보이지 않아 중간중간 방향을 잃었다. 옆에서 함께 수영하던 아버지 김홍실(46)씨가 아들의 방향타가 돼줬다. 김군은 중간중간 힘이 부족해 잠깐 쉬기도 했지만 곧 팔과 다리를 다시 움직였다. 약 한 시간 만에 김군은 1㎞ 너비의 한강을 헤엄쳐 건너편 뚝섬지구에 도착했다. 도착 지점에서 기다리던 어머니 김은영(43)씨는 장한 아들을 꼭 껴안아 줬다. 김씨는 “준석이가 아무 것도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준석이가 도전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내가 배운다”며 눈물을 닦았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도강훈련을 시작했다. 차가운 강물에 적응하기 위해 얼음물에 몸을 담근 뒤 다시 수영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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