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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왕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주대 4백60억원, 담배값 5백26원, 유흥·오락비 4백55억원,「코피」값 16억원….
이것은 우리국민이 지난 한햇동안 쓴 소비계산서에 나타난 금액이다. 유흥비속엔「호텔」이용인,「사우나」탕 입장비,「나이트·클럽」출입비, 극장비등이 포함된다.
소비항목속엔 그밖에도 화장품비 25억원, 귀금속비 12억원,「마이카」및 그 유지비 26억원, 식모와 가정교사급료 11억원등도 들어있다. 팔목시계를 위해 쓴 돈이 무려 12억원이나 되는 것도 괄목할 만하다. 우선 이것들의 합계만해도 1천5백44억원에 달한다.
최근에 발표된 한국은행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총생산액은 2조3백1억원이다. 그러나 그 한햇동안에 전국민이 쓴 돈은 모두 1조4간7백43억원이다. 그 민간의 평균 소비지출은 72·6%, 정부의 평균 소비는 11%이다. 총 소비는 83·6%인 셈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61년부터 67년 사이의 평균 총소비는 80·6%이다. 같은 연대의 영국은 81·7%, 서독은 72·5%,「프랑스」는 77·4%, 일본은 6%이다. 한국은 이들 어느나라보다도 앞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성향의 추세를 보면 3백「달러」선이 하나의 경계를 이룬다. 이 수준에서부터 국가의 경제발전은「소비미덕」「패턴」으로 기운다. 국민의 소비가 촉진되어야만 경제발전의 수레바퀴도 윤활해진다. 농산물의 생산은 걷잡을 수 없이 촉진되고, 한편 그 소비「템포」는 느려지자, 미국은 밀가루를 바다에 퍼 넣었던 적이 있었다. 이런 때를 소비미덕의 경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에는 하나의 한계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선진국은 80%선에서 일단 정지한다. 그 나머지는 고정자본으로도 형성되고, 더러는 재고투자로도 남는다. 이것은 확대재생산의 원동력으로 쓰이는 것이다.
역시 소비성향이 낮은 나라일 수록 고정자본의 형성률도 높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일본은 소비가 불과 63%이며, 그 32%가 고정자본으로 회전한다. 서독도 선투자·후소비의 성향이다. 25%가 고정자본화한다.
한국의 소비지출중 유독감소된 항목은 연동용구이다. 64·3%나 줄어들었다. 국민의 시선은 건전오락보다는 유흥쪽에 더 쏠려 있는 것 같다. 가령 유흥비의 구성비는 4·6%나 된다. 이것은 자유중국의 2·2%보다 두배가 넘는다.「레저」시대를 맞고 있는 미국의 5·3%에 육박(?) 하는 추세마저 있다.
문제는 도시의「소비편중」적 발전에 있다. 임립한「호텔」,「마이카」의「쇼」같은「러쉬」, 소비의 전시효과와 경쟁. 우리의 소비 소비왕국화는 어느모로나 부끄러운 면모임엔 틀림 없다. 이제 소비성향에「브레이크」를 걸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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