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한국, 선진국 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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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언론은 대구지하철 사고 소식을 상세히 전하면서 이번 사건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질주해온 한국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19일 대부분 1면 머리기사로 이 사고를 취급하고, 4~5개 면에 걸쳐 사고 경위와 문제점 등을 자세히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례적으로 사설을 통해 "개통한 지 6년밖에 안된 대구지하철의 참사는 객차와 역 구내에는 가연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세계적 상식을 어긴 결과"라고 꼬집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한국, 급성장 부(負)의 측면'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과거에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는 경제성장에 급급해 안전관리 시스템을 소홀히 하거나 경비절감을 위해 날림공사를 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선진국 의식에 충격, 발전 우선에 안전 뒷전'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일본과 공동개최한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면서 세계 일류국가로 비약했다고 자임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안전대책에 소홀한 한국사회의 단면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CNN 등 미국 언론들은 별다른 논평 없이 사고 내용을 중심으로 상세히 보도했다. CNN은 "9.11 테러 때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에 갇힌 승객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독일 언론들은 "지난해 월드컵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진 대구의 이번 사고는 사상 최악의 지하철 참사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며 화재 발생 경위에서 피해상황, 구조작업, 피해자 가족들의 반응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보도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인터넷판을 통해 세계 역대 주요 지하철 참사 특집기사를 싣고, "지하철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화재 등으로 대형 참사가 일어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베를린.도쿄.워싱턴=유재식.오대영.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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