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오심논란, 심판이 식스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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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삼성생명 박인규 감독이 우리은행과의 경기 도중 심판 판정에 항의, 주전들을 불러들이고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박감독은 하프라인 근처까지 나와 항의했다.

박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 선수가 팔꿈치로 얼굴을 치고 올라가는데 반대로 우리 선수에게 파울을 주더라. 선수들에게 뭘 가르칠 수 있느냐는 회의가 든다"며 사임 의사까지 밝혔다.

여자농구에 판정시비가 거세다. 여섯개팀 중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을 제외한 다섯개팀 감독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여자농구의 신뢰 기반을 상실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감독들은 "13억원을 내고 대회 스폰서를 맡은 우리은행을 연맹이 밀어주는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문규 신세계 감독은 "요즘은 실력보다 심판 판정으로 승패가 갈리는 것 같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태균 국민은행 감독은 "우리은행 홈에서 치르는 경기는 이기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신동찬 금호생명 감독은 "선수들은 심판의 편파판정이 고등학교 때보다 더 노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항의했다.

이영주 현대 감독대행은 "특정 심판은 자기 관할이 아닌 곳에서도 휘슬을 불면서 경기를 의도대로 끌어가는 경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정미라 삼성생명 코치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여자농구의 젖줄인 스폰서가 뭔가 유리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실력대로 승부가 날 수 있게 해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은 "심판 처우가 낮아 경험있는 심판들이 남자농구쪽으로 빠져나가는 등의 문제는 있지만 심판 오심에 고의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인구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심판위원장은 "비디오 판독 결과 경기에 오심은 없었다. 요즘은 심판을 아주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농구계에서는 지난해 여름리그에서는 경영난에 빠진 현대팀의 해체를 막기 위해 현대를 우승시켰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연맹의 한 고위 간부는 지난해 "(모든 경기를)경기 종료 2분 전까지 동점이 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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