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동교동계 해체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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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DJ)대통령 비서 출신인 동교동계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대표가 당내 신주류를 공격하고 나선 데 이어 동교동계 좌장 격이었던 권노갑(權魯甲.73.얼굴)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정치재개 의지를 밝혀 DJ 퇴임 이후 동교동계의 동향이 주목된다.

權씨는 19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억울하게 누명을 썼으며,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진승현 게이트'의 陳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데 대해 그는 "청천하늘에 날벼락을 맞아 화병이 났었다"며 "내년 총선에 서울 쪽에서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權씨는 지난 1월 DJ의 '동교동계 해체' 지시에 대해 18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걸어온 행동이나 역사적인 소명의식에서 보더라도 저는 거기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신주류를 겨냥해선 "급진적 변화를 가져오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대선 과정에서 협력을 많이 했건, 적게 했건 될 수 있으면 적을 줄이고 동지를 늘리는 포용정책을 써야 한다"(KBS)고 충고했다.

權씨의 발언에 대해 당 일각에선 "향후 정국 변화에 대비해 동교동계 규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청와대와 교감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나라당이 특검제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과 DJ 사이에 거리가 생길 가능성, 민주당 신주류의 주도 하에 구주류가 물갈이 대상이 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 퇴임 후 즉시 동교동에 찾아가 인사드릴 것"이라는 權씨의 말을 당내에선 심상찮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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