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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넘치는 하수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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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안암동 5가>『하수 시설이 잘못돼 있는 도시는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습니다.』서울 공대 박중현 교수 (37)는 하수도 문제를 도시 건설의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
서울의 하수도는 50년 전부터 갖추기 시작했지만 거의 왜정 때 매설됐고 그 동안 개수나 준설을 소홀히 해 시간당 50mm의 비만 와도 시내 96개 지역이 물바다가 되는 등 소동을 빚고있다.
서울 성북구 안암 5가 11통 주택가의 하수도는 시 당국이 10년 동안 단 한번도 개수나 준설을 안 해, 막힌 하수구에서 구정물이 넘쳐 나오고 있다.
이곳에 15년 동안 살아온 임윤조씨 (43·여·신안 상회 주인)는 터진 하수도에서 넘친 물이 얼어 빙판이 된 골목길에 넘어진 막대 딸 영양 (7)을 나무라면서 『10년 동안 하수도 한번 치워 주지 않는 시 당국에 앞으로 어떤 세금도 내지 않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곳 주민들은 여름 한철 비가 조금만 와도 구정물이 작은 내를 이루고 하수구에 쌓인 쓰레기 썩는 악취 때문에 만성 두통 환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더구나 서울 당국이 69년 10월 이곳의 하수도가 모두 통하는 개운천을 복개, 냇바닥에 쌓인 쓰레기 등을 치우지 않아 올 겨울 하수도 사정은 더욱 악화 됐다는 것.
서울시가 필요로 하는 하수 길이는 총 5천km. 이것에 쓰일 돈은 적게 잡아도 2백 20억원이나 된다. 침수 지역인 96개 지역만을 해결하는데도 30억∼60억원이 필요하다.
적은 비에도 물에 잠기는 안암동 5가 11통 일대와 휘경동·한남동·성산동·이문동 일대는 하수 시설과 개수, 그리고 유수지 시설이 시급하다. 그리고 영등포 안양천과 청계천 욱천·성산천의 준설 작업도 서울시의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서울시의 하수 총 연장은 1천 2백 93km. 도심지의 하수도율은 60%이나 전체로 보면 24%∼26%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하수 처리 면적 33%, 처리 혜택 인구 42%의 일본 동경과 하수 처리 시설도 없고 배수시설 조차 말이 아닌 서울을 비교해 서울 공대 박 교수는 『즉흥 시정이 빚은 결과』라고 했다.
박 교수는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의 면목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층 「빌딩」과 입체 교차로, 고가도로보다 하수도가 잘돼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주먹구구식이 아닌 「마스터·플랜」에 의한 연차적인 하수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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