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난 성능…도입 플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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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 재판소로 비화기세>
서독 [루르기] 회사와 국내의 호비 및 인천제철 간의 도입 [플랜트] 성능 문제를 둘러싼 시비는 외자도입사업에 부수되는 새로운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 재판소에까지 비화할 이 시비의 책임은 표면상 [루르기] 측에 있는 것이지만,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 이면에는 외국의 기술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여온 국내업계의 과실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건이 표면화하자 업계에서는 국제적인 차관 및 [플랜트]알선 [브로커]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아이젠버그]를 새삼 비난하는 소리가 높은데 사건의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루르기]의 설계와 주문에 따라 실제로 [플랜트]를 제작하는 회사는 흔히 [루르기] 협의체의 일원으로 불리는 [데마그]이다.

<모두 [루르기] 회사의 기술>
따라서 인천제철의 제선 시설과 호비의 유류 대체시설 등 모두 [루르기]의 기술과 설계에 따라 [데마그]가 제작 공급한 것인데 이밖에 우리 나라에 있는 것은 역시 말썽 난 호비의 나주 본 공장과 제1차 확장공사 때 설치된 [메타놀]생산시설 뿐이다.
그런데 인천제철의 제선 시설은 조사결과 [루르기]가 시험 설계한 [파일러트·플랜드]라는 사실이 뒤늦게 밟혀졌으며 시험적으로 설계 공급한 시설이었다.
즉 [루르기]는 스스로 성능에 자신이 없는 시험결과를 토대로 기술과 설계 주문에 응하는 성실치 못한 회사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는 오래 전부터 [루르기]와의 거래를 끊고 있는데 업계의 무지와 정부당국의 형식적인 기항검토를 이용하여 우리 나라에 계속 발을 붙여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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