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샷 할 때마다 덜덜덜 … 이름까지 바꾼 김태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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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골프 입스(Yips·샷을 할 때 호흡이 빨라지고 손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나는 증세). 무려 8년 동안 드라이브샷 입스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름까지 개명한 김태훈(28)이 한국프로골프(KLPGA) 코리안 투어 보성CC 클래식 J골프 시리즈에서 정규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4일 전남 보성의 보성 골프장 마운틴-레이크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전날 16언더파로 단독선두에 올랐던 김태훈은 이날 5타(버디 8, 보기 3개)를 줄여 최종 합계 21언더파로 류현우(32·테일러메이드·18언더파)를 3타 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07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이후 6년 만이고 출전 대회 수로는 34개 대회만의 첫 우승이었다.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03년 국가대표상비군에 이어 2004년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와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초등학교 때 아이스하키를 한 덕에 파워풀한 드라이브샷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2004년부터 끝 모를 난조가 찾아왔다. 드라이브샷 입스였다. 90타를 치기 일쑤였다. 2007년 코리안 투어에 데뷔했지만 김경태가 그해 신인상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 때 11개 대회에 출전해 모조리 컷 탈락했다.

 김태훈은 “입스는 나에게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빼앗아갔다. 입스를 극복하기까지 8년의 시간은 너무 길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어 “오죽 안타까웠으면 부모님이 2008년 저 몰래 이름(범식)을 개명해 왔다”며 “오늘도 골프백을 메준 아버지(김형돈·52)께 우승컵을 바치겠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태훈은 이번 대회 371야드의 15번 홀(파4)에서 3, 4라운드 두 차례나 원 온에 성공하는 파워 드라이브샷으로 입스를 극복했음을 증명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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