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신·구주류 분가'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노무현(盧武鉉)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둔 민주당에선 새 출발을 준비하는 집권당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신.구주류는 당권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고, 갈등은 갈수록 악화하는 양상이다.

양 진영에선 이젠 "갈라서자"는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실제로 신주류 핵심인사는 18일 신당 창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민주당은 과연 분당의 길로 가는 것일까.

신주류를 겨냥해 '개혁독재론'을 제기한 한화갑(韓和甲)대표는 이날 발간된 월간중앙 3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당을 떠나라"고 말했다.

그는 당 개혁 특위에서 신주류가 밀어붙여 만든 당 개혁안에 대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혁안 중)지구당위원장제 폐지는 당을 해체하는 수순으로,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해 당을 접수하고 내년 총선 공천 때 (구주류를) 제거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韓대표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盧당선자가 당정(黨政)분리 약속을 했으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당선자는 당원으로서 말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당원과 대통령당선자가 같을 수 있겠느냐.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자고 당정 분리를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실험은 실패했다"고 단정했다.

盧당선자가 지난달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지구당위원장의 기득권을 없애는 게 개혁"이라고 말한 것을 당정분리 정신에 어긋난다고 꼬집은 것이다.

韓대표는 "저보고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자기네들이 당권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당내에서 의견이 틀렸다고 찬반을 구분해서 쫓아내고 한다면 이것이 바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당초에는 盧당선자의 취임 전에 물러날 생각이었지만 현재는 굉장히 고민스럽다"고 말해 사퇴를 미룰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韓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신주류를 공격했다. 지난 17일 신주류 핵심의원들이 모여 당 개혁문제를 논의한 것과 관련해 韓대표는 "패거리 정치 같은 것을 하고 있다. 그게 바로 낡은 정치"라고 비판했다. "나와 친하면 개혁이고, 친하지 않으면 반(反)개혁이란 이중 잣대도 문제"라고 했다.

신주류측의 신기남(辛基南)의원은 그런 韓대표에 대해 "역사의 발전에 맞지 않고, 민심과 어긋나는 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순형(趙舜衡)의원도 "당 대표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을) 따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반박했다.

辛의원은 "당 개혁이 중대한 장애물에 봉착하면 다른 길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신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신당을 하면 민심에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고, 우리 당의 초.재선 의원 대다수가 합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盧당선자가 다음주 취임하는데 당의 제도도, 사람도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신주류는 20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주류에 의해 당 개혁안이 수정될 경우 당무회의를 열어 다시 뒤집는다는 계획이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