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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롤모델의 나라 영국 11월 5일부터 2박3일 국빈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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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왼쪽)이 사촌동생인 리처드 글로스터 공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 “11월 영국에서 박 대통령을 환영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 블로그]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1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청와대는 31일 “박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초청에 따라 11월 5~7일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며 “구체적인 일정 등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한국전에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국가다. 올해는 한·영 수교 1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은 우호 증진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한 포괄적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2004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방문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여왕은 사촌인 알렉산더 월터 조지 글로스터 공작을 통해 박 대통령을 공식 초청(7월 27일)하기에 앞서 지난해 대선 직후 박 대통령에게 초청 의사를 밝혀 왔다. 이 관계자는 “영국은 대선 이틀 뒤인 12월 21일 2013년 상반기엔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하반기엔 박 대통령을 국빈 초청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해 왔었다”며 “영국의 여왕이 동북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점에 대해 굉장히 큰 기대와 환영의 뜻을 밝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영국의 인연도 깊다. 박 대통령은 정계에 들어오기 전인 1990년대 중반 야인(野人)생활을 하던 당시 영국 정부의 초청을 받고 첫 방문길에 오른다. 영국 방문 실무작업에 관여했던 박영숙 당시 주한 영국대사관 공보관은 “당시 영국 정부는 2000년대엔 아시아에서도 여성 리더십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그 후보군에 박 대통령을 포함시켜 영국 초청을 추진했다”며 “박 대통령은 당시 영국 민주주의 발전 및 국가 부흥과 발전 등의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고 회고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이 된 후 두 차례(99년 8월, 2002년 4월) 더 영국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세계적 여성 지도자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 모델로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영국의 대처 총리가 영국병을 치유해냈듯 제가 대한민국의 중병을 고쳐놓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8일 대처 전 총리가 87세의 나이로 별세하자 “위대한 지도자를 잃게 돼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조의를 표했다. 대선 후보이던 지난해 8월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며 “엘리자베스 1세는 어려서 고생을 많이 했다. 음모도 있었지만 잘 참아내 사려 깊은 지도자가 됐다. 자신이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남을 배려할 줄 알았고 관용의 정신을 갖고 합리적으로 국정을 운영했으며, 파산 직전의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는 간통죄로 참수됐고 자신도 21세 때 런던탑에 유폐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부모를 모두 잃고 18년간 은둔했던 박 대통령의 삶과 유사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산 것도 공통점이다.

 박 대통령은 영국 방문 동안 버킹엄궁에 체류하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하는 오찬과 국빈 만찬 등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빈에 대한 의전에 따라 런던 중부 다우닝가의 ‘호스 가즈’ 광장에서 41발의 예포와 의장대 사열을 포함한 공식 환영식을 열고 버킹엄궁까지는 황금색의 왕실마차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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