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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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물가상승은 서민생계를 괴롭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70년대의 「스타트」를 교란시키고 있다.
물품세법개정의 파급효과와 누적일로의 초과유동성의 작용, 그리고 환율전망 등의 상승작용으로 급속히 오르고있는 물가에 대해 정부는 물가단속반을 조직하여 이에 대응키로 결정했다한다. 물가단속반은 유통거래를 조사하고 세무사찰을 실시하며 폭리를 과세로 흡수한다는 관례적 물가단속을 추진하려하는 것 같으나 그러한 즉흥적인 물가대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물가대책에 대한 정부의 자세가 바뀌어져야 하겠음을 절감하지않을 수 없다.
우선 물가대책의 집행에 앞서 물가문제의 성격을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물가상승의 근원적원인을 파악하고 앞으로 집행될 기본정책이 물가문제와 어떤 관련을 가질 것인가를 정당히 평가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물가정책다운 것이 제시될 수 없다는 것이다. 누적된 물가상승요인과 앞으로 집행될 기본정책사이에 안정저해적 요소가 개입되어 있다면 어떠한 물가정책도 실효를 거둘 수 없겠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물가대책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물가에 대한 척도의 객관화를 서둘러야 한다. 근년의 경향은 물가문제가 중요시되면 될수록 물가변동의 척도가 되는 물가지수를 조작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러한 통계상의 안정은 사태를 개선하기는커녕 진실한 동향을 흐림으로써 사태판단을 어지럽히고 따라서 정확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물가동향을 알기위해 작성하는 통계가 오히려 정확한 물가동향을 모르도록 역작용하는 비리를 정부스스로 제거하는 자세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정당한 물가대책이 세워질 수 없음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되고나면 물가대책의 방향은 자명하게 제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축적된 물가상승요인이 약간의 조치로써 억제내지 해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단계적인 안정조치로써 물가상승을 완화시켜 가는 것이 정도이고 그렇지 않다면 물가·환율·임금 등을 모두 현실화시키고나서 다시 새로운 안정선을 설정하는 작업을 착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미 형성된 물가상승요인이 지엽적인 시책으로 안정화된다고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 지금의 환율을 가지고 고도성장을 추진하면서 심화하는 국제수지역조경향을 시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저환율에 의한 안정과 고도성장은 국제수지「쇼크」에 의한 파국을 자초하여 보다 근원적인 불안을 형성시키는 모순이 예상되는 것이며 환율현실화.물가현실화는 고도성장정책의 명시적인 후퇴없이는 물가·환율의 악순환을 단절시킬 수 없다는 모순을 제기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물가대책은 택일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환율의 유지에의한 일시적안정을 대가로 국제수지「쇼크」를 자초할 수는 없는 것이고 환율-물가를 현실화시키는 대신 고율투자 고도성장정책을 명시적이고 획기적으로 후퇴시켜 새로운 수준에서의 안정을 기하는것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지금 제기되고 있는 물가문제는 지엽말절적인 시책보다 전략적인 판단을 요청하는 성질의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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