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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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액권화폐 발행설이 떠돌고 있다. 고액권이란 물론 5백원권이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적어도 5천원권 만원권 등속일 것이다.
돈너미에 넌더리가 나는 사람들은 쾌재를 부를 일이다. 만원권백장이면 백만원이오. 천장이면 천만원이라!. 그러니까 열다발만 가지면 천만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흐뭇한 환상에서 깨어나 보자. 만원권다발을 갖고다닐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실로 쾌재를 부를 사람은 따로 있을것같다. 결국은 돈값만 추락시키고 말것이다.
지난 10년동안 권종별 발행실적을 보면 돈값의 허무함을 실감할수 있다. 10원짜리는 61년의발항액이 3억6천3백만원이었다. 금년은 지난10월말현재 15억5천1백만원이다. 4·1배쯤이 늘어난셈이다. 그러나 5백원권에이르러선 깜짝놀랄만하다. 무려 1백50배나 늘어났다. 5백원권이 처음발행되던 62년에는 43억7천6백만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10월말현재 6천4백40억윈으로 집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중심화폐인 백원권은 62년을 기준으로 치면 15배쯤 늘어났다.
그렇다면 중심화폐는 백원권에서 5백원권으로 다섯단위나 뛰어오른것이나 다름없다. 화폐권종의 색깔이 질어질수록, 우리의국민소득도 듬직해진다면야 더말할것도 없다. 그러나 돈값의 비중이 다섯눈금이나 높아지는 동안국민소득은 불과 그배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의 통례를보면 중심화폐는국민소득의0·5내지 1%선에서결정된다. 미국은20「달러」 짜리가대중적화폐의 권종을 이룬다. 그나라 국민소득은 4천 「달러」를상회한다. 영국은 5 「파운드」, 서독은 백「드이치·마르크」,일본은 천원권이 중심화폐이다.
우리나라는 그비례로친다면 1「달러」선이적정선이랄까. 그저 3백원짜리이면 알맞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둡다.
요즘은 제일 구박덩어리 돈이 10원짜리이다. 5백원권이 홍수를 이루고보면 멀지않아 백원짜리가 그지경이 되지않을지 모르겠다. 하긴 벌써 그런 세정을 못보는것도아니다. 1원짜리, 10원짜리는 돈이걸래나휴지꼴이다. 만신창이의 몰골을 그대로인 것이다.
옛속담에 『꾀 벗고 돈 한잎 찬다』는 말이있다. 벌거벗고 찬도차기라고나할까. 『적삼 벗고 은가락지 끼는꼴』이 꼭 만원권발행에어울리는 속담같다. 돈의 돈격 회복이 시급하다.화폐에 돈 격을부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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