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대교 검은 기둥 정체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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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진 뒤 성산대교 위에 치솟는 검은 기둥.

지난해 여름 무렵부터 성산대교를 오가는 운전자들 사이에서 '바벨탑'등으로 불리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다. 상판 정중앙 부분에 수십m 높이로 생기는 문제의 기둥은 어두워질수록 선명해지면서 더욱 위압적인 모습이 된다.

이에 대해 갖가지 억측도 나왔다. "목동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온 매연이 만들어낸 이상 현상" "한강변 대기오염이 원인인 블랙 홀" 등 주로 환경오염에 초점이 맞춰진 그럴싸한 얘기가 많았다.

관리본부측은 17일 "대기 현상과는 전혀 무관한 조명 탓"이라고 원인을 밝혔다.

월드컵을 앞둔 지난해 5월 서울시가 성산대교에 설치한 조명으로 인해 생기는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성산대교의 경우 '월드컵의 환희'라는 주제로 실루엣 효과를 연출했다. 난간 밑 반달형 구조물에 2천W짜리 메탈전구 32개를 경사지게 달아 쏘면서 밤하늘에 V자 형태의 빛기둥을 수놓는 게 원래 의도였다.

그러나 조명이 다리 바깥쪽으로만 퍼지고 안쪽으로는 상판에 가로막히면서 자연스레 상판의 그림자가 기둥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치솟게 된 것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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