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한강변 '신반포 1차 재건축'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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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서울 한강변의 알짜단지로 꼽히는 반포동 신반포 1차(한신1차) 재건축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시행인가 단계 도중 통합 재건축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조합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서초구청과 신반포 1차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구청은 신반포 1차의 사업시행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20·21동 옆을 지나는 20m 폭의 진입로 확보 문제로 1~19동 조합과 구청 간의 이견 차가 크기 때문이다.

신반포 1차는 21개 동, 전용면적 73~154㎡형 790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재건축을 통해 1487가구로 탈바꿈해 2016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외관상 한 단지지만 1~19동(730가구)과 20~21동(60가구)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다.

구청 사업승인 단계서 이견 충돌

우선 구청은 준공 이전에 진입로를 현행 10.3m에서 20m 폭으로 확장·개설해야 사업시행인가를 승인한다는 입장이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1000~2000가구 대단지에 속하는 신반포 1차(1487가구)는 15m 폭 이상의 기간도로와 접해야 한다는 것. 서초구청 김계성 주택팀장은 "현재 도로 상태로선 주민들의 원활한 통행이 불가능하다"며 "법적 요건인 만큼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형기 조합장은 "구청이 사업시행인가만 남은 상황에 이제 와서 도로를 확장하라고 억지를 부리는데, 법률자문 결과 조합이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의 도시계획도로 체계만으로도 사업 승인과 준공엔 아무 문제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진입로 확보를 위해선 20·21동과의 통합 재건축 외엔 방법이 없다. 도시계획상 1~19동의 진입로가 20·21동 소유란 점에서다.

하지만 1~19동과 20·21동 양측 입장차가 워낙 커서 통합개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위해 구청이 최근 두 차례 조정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양측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구청 측의 "통합에 대해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는 판단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주민 간 갈등은 재건축 추진 초기인 2000년대 초부터 계속돼 왔다. 특히 무상지분율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무상지분율은 재건축 후 조합원이 가진 땅(지분)을 기준으로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새 아파트 면적 비율이다.

1~19동 재건축 공사가 시작된 후에도 진통을 거듭했다. 20·21동 주민들이 분리 재건축 공사를 막기 위해 진입로에 화단을 만든 것이다. 1~19동과 20·21동 주민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극심한 감정 대립을 보였다.

사업승인 다시 받으면 분양 내년으로 연기

통합 재건축으로 사업을 전환해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사업을 틀게 되면 서울시·서초구청 사업시행 인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더 지연돼서다. 당초 올 10~11월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일반분양 계획이 무산되면 5년간 이뤄지는 양도세 면제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추가 금융비용 등을 포함한 손실 비용이 9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조합 측 추산이다. 조합 입장에선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조합은 다음달 초까지 구청을 상대로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8일 열린 조합원 회의에서 705명 중 94%(665명)이 동의했다. 한 조합장은 "모든 방법을 통해 의견을 피력하겠다"며 "그래도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진행된 재건축 사업을 백지화하고 2005년 사업시행안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 사업인가로 진행하게 되면 현재보다 450가구(일반분양 물량) 적은 1037가구 규모로 줄게 된다. 현재의 안보다 조합원 1인당 1억5000만원(조합 추산)가량 손해를 보게 되지만, 현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는 게 조합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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