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6)인간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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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도시교통문제와 함께 안전교통문제가 다시 한번 우리들의 생활주변에서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5백16만을 돌파한 교통인구를 실어나르는 4만5천8백7대의 자동차가 안겨다주는 교통사고가 시민생활을 불안케 하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다.
금년 들어 지금까지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은 2백21명, 다친 사람이 7천8백66명으로 서울시민 4백25명 가운데 1명이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죽은 셈이다.
이것도 1개 국민학교에서 10여명씩이나 다쳤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교통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절박한 문제임을 말한다.
예전엔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깡패들에게 봉변을 당하지나 않았나, 혹은 이성간에 도를 넘는 짓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기다리는 부모들의 심정이었지만 요사이는 걱정의 내용이 달라졌다. 차에 치여 길거리에라도 쓰러져있는 것이 아닐까. 병원응급실에서 피를 흘리는 것이나 아닌지 등의 걱정이 꼬리를 문다.
경찰조사에 의하면 교통사고 원인 중에서 52%가 횡단보도 아닌 차도를 걷거나 건너다가 변을 당한다. 이것은 보행자가 제대로 교통규칙을 지키면 교통사고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문명의 이기인 차량을 더욱 활용하고 이것으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행사」와 숱한 「대회」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해마다 교통사고 피해는 신기록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상용하는 자동차와 부딪쳐 쓰러지는 싸움을 그쳐야 할 때다. 달리는 흉기의 위험 속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다. 이러한 무모한 불행을 막기 위해선 이용자나 차주나 운전사가 삼위일체가 되어 자기들의 본분에 좀더 성실해야될 것 같다. 「교통지옥」이나 「교통전쟁」과 같은 험악한 용어 대신 「교통천국」과 같은 말이 나오도록 온 시민이 다같이 마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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