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 파탄 땐 다시 군대 주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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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정상화 논의를 위한 6차 남북 실무회담이 25일 결렬됐다. 북한 측 박철수 단장 (왼쪽)이 개성공단 회담장 남측 기자실을 예고 없이 찾아와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동안 남·북측 대표단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25일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6차 남북실무회담에서 박철수 단장을 비롯한 북측 관계자 10여 명이 우리 측 기자들이 머물던 프레스센터에 예고 없이 난입해 위협성 발언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남북한은 오전 10시부터 공단 가동중단 재발방지와 국제화 방안을 놓고 집중 협의를 벌였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그러자 박 단장 일행이 오후 5시23분쯤 회담장 4층 남측 기자실에 몰려왔다. 박 단장은 “회담이 결렬위기”라고 주장한 뒤 “공업지구가 파탄 나면 개성에 다시 우리 군대가 들어오게 된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 또 여섯 차례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우리 측에 제시했던 수정안 등 A4용지 21쪽의 문건을 배포했다. 공개된 수정안에 따르면 북측은 공단 가동 중단 책임을 남북 공동으로 돌렸다. 또 공단 재가동을 위해 남북이 협의해야 할 사안을 ‘개성공업지구공동위’에서 추후에 논의하자면서 우선 가동을 주장했다.

 박 단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늘 회담에서 재발방지를 공동으로 담보하자는 우리의 건설적 제안을 (남측이) 무시하는 등 대화 상대방을 우롱했다”고 비난했다. 북측 일행은 뒤늦게 상황을 전해 듣고 달려온 우리 측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돌아갔다.

 회담 관계자는 “북측은 자신들이 회담에 성의를 보였다고 주장하려 기자실에 난입해 수정안을 공개했지만 재발방지나 국제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드러냈다”고 말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측이 우리 제지에도 불구하고 기자실에 무단 난입해 회견문을 일방적으로 배포하고 회담 관련 문건을 공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6차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김기웅 수석대표를 비롯한 남측 대표단 41명은 이날 밤 서울로 귀환했다. 양측은 추후 회담 날짜를 잡지 못해 개성공단 정상화가 장기미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성=공동취재단,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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