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총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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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페르디난드·마르코스」「필리핀」대통령은 지난 11일 실시된 선거에서 야당인 자유당후보 「세르히오·오스메나」상원의원을 물리치고 재선된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마르코스」대통령이 영도하는 국민당은 부통령은 물론, 상하양원의원선거에서도 현개표 추세대로가면 대승할 것이 예상되고있다.
46년에 독립한 「필리핀」은 수많은 전후의 독립후진국 가운데서 폭력에 의한 정변없이 2대 주요정당이 국민의 표를 겨루어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룩해온 극소수민주국가중의 하나로 간주돼왔다. 그러나 『아주민주주의 정치의 「쇼윈도」』라고까지 찬양받아온 「필리핀」의 선거에서는 유혈적인 폭력사태가 하나의 전통이 되다시피돼 왔고, 이번 정·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이점에서 민주정치의 역사가 일천한 후진국중에서는 그래도 한걸음 앞선 자유민주국가라 할 수있는 「필리핀」이 하루속히 탈피해야할 큰 과제를 안고 있다 하겠다.
「마르코스」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면, 독립후 23년 역사에서 그는 재선의 영광을 얻은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겠지만, 이번 선거는 과거 어느 선거보다 많은 희생자를 낸 유혈선거이기도 했다. 지난65년 「마르코스」와 「마카마갈」전대통령이 맞선선거에서 47명이 사망했고 지난67년 의중문선거(국합상하양원의 원선술)에서 59명이 선거운동중에 피살됐었는데 이에비해 이번에는 「마르코스」대통령출신지인 「일로코스」에서만 24명의 피살자를 낸것을 비롯 모두70여명이 총기등의 사건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것은 단순히 선거운동의 과열에서 오는 전통적인 불상사로서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필리핀」이 후진국중에서 명실공히 모범적인 평화적 정권교체의 민주국가가 되려면 위정자와 야당이 일소해야할 악폐라 하지않을수 없을 것이다. 다만 「필리핀」국민은 선거운동중의 유혈·폭력사태가 집권당의 일방적 횡포나 야당의 탄압을 목적으로 하는 음모에서 초래된 결과가 아니라는데서 한가닥 위안을 찾을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특히 우리의 주복을 끄는 것은 「반공미친」적인 노선을 고수해오던 국민당이 민족주의적인 색채가능한 정강정책을 내세우고 일부 공산국가에 대한 접근책을 쓸듯한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월남전참전의 맹우이며 동남아조약기순의 일원인 「필리핀」이 자유우방으로서의 테두리안에서 외교정책을 펴나갈 것을 바라며, 또 곧 있을 것이 예상되는 미-비기지 협정의 협상에서 비국내미군기지의 전략적 문제를 줄이는 일이없는 방향으로 안결되기를 기대하고싶다.
이제 국민의 수임을 받게된 「마르코스」대통령은 해결해 나가야할 더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과거 어느 행정부보다도 눈에띄는 발전을 이룩한데서 재선의 영광을 차지했다고 할수있지만, 「필리핀」에는 해결을 기다리는 사회·경제·정치문제들이 허다하다. 우선 전인구의 불과 5%미만의 소수층이 전국 부력의 76%를 차지하고있어 사회적인 불안이 점차 높아가고 있고, 아주저개발국가중에서는 가장 높은 3.6%의 인구성장으로 경제성장이 이를 따르지 못하고있다.
우리는 재선이 확실시되는 「마르코스」대통령이 선거의 필요에의한 일시적인 역점을 시정하면서 전통적인 한-북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나가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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