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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아래 설치된 동판, 파리 심장서 민주주의 가치 새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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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프랑스 개선문 아래 설치된 참전용사 추모 동판. `6·25에 참전한 프랑스 전투병들에게 바침`이라고 적혀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프랑스가 둘로 갈라졌다. 한쪽은 1차 대전 때 죽은 무명용사의 시신을 위인들의 영묘(靈廟)인 팡테옹에 묻어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쪽은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때 대독항쟁으로 유명한 정치인 레옹 강베타의 심장을 그곳으로 이장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한동안의 갈등 뒤 대타협이 이뤄졌다. 강베타의 심장을 팡테옹에 묻는 대신 무명용사의 시신은 파리 개선문 아래 묻기로 한 것이다. 이때부터 개선문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과 함께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의 무덤이 됐다.

 그 후 84년이 지난 2004년 5월, 6·25 전쟁 때 희생된 프랑스군을 추모하는 동판이 개선문 아래 설치됐다. 조국을 지키다 희생된 용사에서 조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로 추모의 개념이 확대된 것이다.

개선문 광장은 프랑스인들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모이는 집결지이자 행진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 그런 장소에 6·25 동판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프랑스인들의 가슴속에 기억되고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매일 전 세계에서 온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동판에서 6·25를 읽고 있다.

 개선문 말고도 프랑스에는 7개의 6·25 기념물이 있다. 특히 전국에 한반도 모양으로 만든 참전기념비가 3개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파리시청 근처 퐁마리 공원에 있는 것으로 1989년 유엔이 세웠다.

◆특별취재팀 : 뉴욕·오타와=정경민 특파원, 워싱턴·내슈빌=박승희 특파원, 런던·버튼온트렌트=이상언 특파원, 파리=이훈범 기자, 아디스아바바·메켈레·앙카라=정재홍 기자, 마닐라·방콕·촌부리=강혜란 기자, 보고타·카르타헤나·키브도=전영선 기자, 캔버라·골드코스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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