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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페스티벌 ‘시티브레이크’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올 여름 대한민국은 음악 페스티벌의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5개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국내 팬을 찾아간다. 그 중에서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시티브레이크(CITYBREAK)’가 록 음악 매니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공이 만만찮은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기는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불멸의 로큰롤
이기 앤드 더 스투지스 Iggy and The Stooges

펑크 록의 원형을 보고, 듣고, 느껴라

1947년생인 이기 팝은 대학을 중퇴하고 블루스를 배우겠다며 시카고로 여행을 다녀온 후 1967년 ‘더 스투지스(The Stooges)’를 결성한다. 거칠고 원시적인 퍼포먼스는‘쇼크 록(Shock Rock)’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깡마른 몸에 웃통을 벗고 무대 위에서 채찍을 맞으며 피를 흘리던 이기 팝의 자기파괴적인 모습은 파격적인 록 스타의 전형을 제시했다. 이후 이기 팝은 ‘펑크의 대부’라는 이름을 얻게 됐고, 스포트라이트와 음지를 오간 로큰롤 스타로 많은 사람의 가슴에 새겨졌다.

현재 이기 팝과 더 스투지스는 60대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변한 것은 피부에 잡힌 주름살일 뿐, 그들은 여전히 다양하고 강렬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예전 같은 폭력적인 퍼포먼스를 준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기 팝은 상의를 벗어 던지며 열정적으로 무대를 누빈다. 우리는 올 여름 살아서 거칠게 펄떡거리는 레전드와 짜릿한 첫 만남을 갖게 될 것이다.

매번 높아지는 음악성
화이트 라이즈 White Lies

짜릿한 옥타브의 전환을 즐겨라

런던 일링 출신의 록 밴드 ‘화이트 라이즈’는 다른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을 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멤버들은 보다 어두운 쪽으로 음악 스타일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2007년 10월 밴드 ‘피어 오브 플라잉’의 해체와 동시에 ‘화이트 라이즈’의 결성을 발표했다. 그렇게 해서 발표한 싱글은 발매 즉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데뷔 앨범에서 화이트 라이즈는 포스트 펑크 계열의 어둡고 진지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그리고 종종 한 옥타브를 넘나드는 능수능란한 보컬 역량도 자랑한다. 이들이 단기간에 이룬 성장은 커다란 화제가 됐으며, 앨범이 나오기 전 공연에서 선보인 노래가 ‘올해의 싱글’로 거론될 만큼 영국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오는 8월발표를 앞두고 있는 세 번째 앨범은 멜로디에 가장 집중한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화이트 라이즈는 매번 새로운 사운드를 갱신하면서 변화무쌍한 밴드 이력을 이어가고 있다.

친환경 펑크 밴드
라이즈 어게인스트 Rise Against

메시지에 주목하라

라이즈 어게인스트의 ‘Ready To Fall’은 반드시 뮤직비디오로 감상해야 하는 노래로 손꼽힌다. 영상에는 여러 가지 참혹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가깝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공장형 동물 사육시스템, 삼림 벌채, 녹아 내리는 빙하까지 지구멸망 시나리오의 대부분이 담겨 있다. 인간의 반성과 각성을 요하는 교양 프로그램과 다를 것이 없다. 사실 라이즈 어게인스트가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한국이 스타크래프트 강국이기 때문이다. 각종 게임 대전에 그들의 화끈한 음악이 쓰이면서 이들의 음악은 국내 팬들과 더욱 친숙해졌다. 하지만 그들은 게임과 동떨어진 현실을 이야기하는 밴드다. 이른바 ‘스트레이트 에지(straight edge)’로 묶이는 밴드다. 스트레이트 에지는 술, 약물, 문란한 생활을 거부하고 건실한 삶을 추구하는 하드코어 계열 밴드를 일컫는 말이다. 펑크는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는 음악이라는 세상의 편견과 싸우면서 그들은 음악을 지속하고 있다.

잠자던 추억을 깨우다
로 켓 프롬 더 크립트 Rocket From The Crypt

풍성한 관악 리듬에 맞춰 춤춰라

로켓 프롬 더 크립트는 ‘스피도(Speedo)’라는 무대 이름을 쓰는 싱어 송 라이터 존라이스를 중심으로 1989년 결성됐다. 두번째 음반부터 밴드는 자신들의 음악을 특징 짓는 요소 중 하나인 혼 섹션을 도입했다. 풍성하고 강렬한 사운드는 열정적인 라이브 쇼에 대한 소문과 함께 유명세를 타며 메이저 레이블인 인터스코프와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계약 후 발표한 메이저 데뷔작에서 대형 히트곡이 터졌고, 이 음반은 밴드의 최고작이자 1990년대의 대표적인 펑크록 음반 중 하나가 됐다. 2005년 샌디에이고에서 마지막 공연을 한 뒤 긴 휴지기에 들어갔다. 이후 6년 만인 2011년 밴드는 깜짝 공연을 가진 뒤 지난해 말 정식으로 재결성을 선언하고 투어에 돌입했다. 로켓 프롬 더 크립트의 음악은 1970년대 펑크 록의 공격적이고 원초적인 사운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혼 섹션 등을 통해 클래식한 감성을 더해 다채로운 훅(후렴구)을 한껏 살리고 있다.

슈퍼 밴드의 ‘손맛’나는 음악
마스터4(featuring 김완선) MASTER4

대중음악 마스터들과 원조 디바의 만남

마스터4는 4인조 록 밴드다.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이자 ‘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이기도 했던 손무현에게 일단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른 멤버들 역시 음악을 업으로 하는 이들의 세계에선 유명하다. 마스터4의 멤버들은 사랑과 평화, 외인부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부활, 송골매, 작은 하늘 등의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써 왔고, 연주와 녹음 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고 가르치는 일도 맡아 왔다.

마스터4와 함께 또 하나의 화려한 무대를 장식할 원조 디바 김완선(43)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김완선과 손무현의 각별한 인연에 대해서는 언급할 이유가 있는데, 김완선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5집(1990)의 프로듀서를 맡은 인물이 손무현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4명의 마스터와 김완선은 어떤 무대를 보여줄까.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전설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슈퍼콘서트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현대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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