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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히티 화신(5) 백설공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글·그림 천종자>고독한 남태평양 「스케치」여행은 끝났다. 「로스앤젤레스」공항에 내리며 후유 한숨을 지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낯설고 찾을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여기는 아열대지방 같다.
종려가 높이 솟아 부채같은 이파리를 휘날리고 얼매없는 새끼 야자수가 여기저기 서 있다. 예쁜꽃들, 잔디마다 주단무늬처럼된 이름모를 노랑꽃이며 푸른꽃들, 붉은 장미밭. 과연 「디즈니랜드」나「할러우드」가 자리잡을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뉴요크」로 돌아가려면 이곳에서 부득이 하룻밤 묵게 되는데 기왕 내린김에 「디즈니랜드」가 어떤곳인가 보고싶어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넓은「디즈니랜드」구내는 마치 딴 세계같다. 「미키·마우스」의 풍선팔이,「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나이들의 옷차림새는 내 어린 시절의 1930년대 구식「하이칼라」시대를 방불케한다. 모두가 가족동반 아니면 친구들 끼리끼리. 혼자 들어온 사랍은 나 뿐이었다.
처음에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 전기「레일」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는 방에 들어갔다. 잠시「암스트롱」이 된 기분으로 「폼」을 쟀지만 무서웠다. 그런데 가장 무서워서 혼이 난 곳은 백설공주실에 들어갔을때다.
공주의 타고난 미모와 아름다운 마옴씨를 시기한 나머지 계모는 여러가지 요술을 써서 공주를 없애려고 한다. 끝내 마귀할멈으로 변해서 사과를 먹여 죽인다. 아름다운 공주가 소생할 수 있는 약은 단하나. 그건 왕자의 뜨거운「키스」다.
다 아는 「스토리」이지만 그 왕자의「키스」라는 약은 인간세계에서 절대로 환상 아닌 현실인 것이다. 그런 「로맨티시즘」이 없는 인생은 사막이다. 아니면 내가 돌아보고 온 남태평양의 사람들 같은 가치없는 인생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혼자서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 또다시 잠싯동안 백설공주가 되어 마귀할멈, 도깨비들, 귀신들의 고함소리에 시달리다가 무서운 여행(?)을 마치고 진땀을 빼면서 나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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