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에게는 '말하는 유전자'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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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과 고릴라를 비롯한 고등 영장류들은 비록 인간처럼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의 구두 의사소통 방법과 제스처를 갖고 있다.
유인원은 말을 못하지만 인간은 의사소통을 위해 시를 낭독할 수 있게 된 원인은 지난 20만년 동안 한 유전자 안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변화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과학자들은 언어 능력과 직접 관련이 있는 최초의 유전자인 'FOXP2'를 찾아냈다. 그후 연구진들은 인간 뿐 아니라 고릴라, 침팬치, 오랑우탄 및 쥐에게서도 이 유전자를 연구했다.

연구진들은 인간의 유전자에서 약간의 아미노산 변화를 발견했다. 이 변화는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같은 변화가 인간의 얼굴과 턱 구조를 발달시켜 심오한 말과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줬을 것이라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를 인간으로 규정하는데 있어 언어는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차지하나?

영국의 네이처지 온라인판에 이번 발견 내용을 상세히 기술한 볼프강 에나르트는 "언어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일 것"이라고 말한다. 에나르트는 "언어는 문화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언어의 지식 전승 기능이 문명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에나르트는 독일 라이프찌히 소재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스반테 파보 박사를 비롯한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진화 인류학을 연구하고 있다.

전세계 과학자들이 인간 유전자 6만여개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고 있는 가운데 FOXP2는 흥미로운 인간 특성의 하나로 포함됐다. 1990년 이래로 과학자들은 'KE'라고만 알려진 영국의 한 가족을 대상으로 집중 연구를 벌이고 있다. 3대에 걸친 이 가족은 식구 반수 가량이 심각한 말과 언어 장애에 시달렸다.

연구진은 심각한 장애를 보이고 있는 KE 가족 구성원들이 FOXP2 유전자 2개를 제대로 복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들은 이 복제 결함 때문에 입술 및 혀, 입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말이 왜곡되게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이 가족들은 언어의 구조와 문법을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많은 유전자들과 마찬가지로 FOXP2도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 FOXP2는 말 뿐 아니라 쥐의 폐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두뇌 발달에도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나르트는 12만~20만년 전 쯤, 인간이 갖고 있는 FOXP2에 변형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 해부학적으로 '현생 인류'와 같은 인류가 등장했다. 이 점은 언어 능력의 향상이 인류의 확장과 번영에 도움이 됐음을 시사한다.

다른 형태의 의사소통 방법

고대의 말과 언어는 화석으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말과 언어가 어떤 식으로 발전을 했는가에 관해서는 추측만이 무성할 뿐이다. 협력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몸짓 언어가 발달했으며, 말이 이를 대체하게 되면서 언어 소통이 좀 더 유연하고 원활하게 이뤄지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스콘신 소재 밀워키 동물학회의 돈 세인트 조지 대화교육부 국장은 고릴라를 비롯한 대형 유인원들은 자신들만의 구두 의사소통 방법과 제스처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대형 유인원에 관한 일반 유전학 분야의 전문가인 세인트 조지는 "이들은 위험이나 먹이가 있는 곳을 발견했음을 알리는 표정, 손짓, 구두 제스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고릴라가 끌어안기를 비롯한 기타 애정 표현 등 추가적인 제스처를 발전시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인트 조지는 인간과 동일한 얼굴, 입, 후두 구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과 가장 유사한 침팬치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두뇌 능력이 발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돌고래와 고래 종류 및 앵무새 및 말하는 새들에 이르기까지 다른 종들의 음성과 '언어'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에나르트는 유전학자들이 FOXP2를 더 자세히 연구해 인간의 FOXP2가 다른 동물들의 그것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과 고래, 침팬치의 DNA 사이에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FOXP2에 대한 정보가 밝혀지면서 DNA 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가 신체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CNN Sci-Tech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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