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부상 1번지’ 손가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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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호 18면

손가락이 잘리거나 다쳐 응급실로 오는 환자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손가락은 신체 부위 중 사용 횟수가 가장 많고, 별다른 보호장구가 없기 때문에 부상에 더욱 노출돼 있다. 사고의 유형도 다양하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정신적으로 산만해져 안전사고 위험성도 커진다. 우선 손가락을 다쳤다면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119 등에 연락해 도움을 청하거나 병원으로 빨리 오는 게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건 응급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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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의 잘려나간 부분은 깨끗이 해야 한다. 식염수 등 깨끗한 물에 씻은 뒤 젖은 거즈로 한 번 감싼다. 다음, 깨끗한 큰 타월을 두르고 비닐봉지에 밀봉한다. 얼음을 넣어 차갑게 한 후 병원에 가져간다. 이때 절단된 손가락이 얼음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소독약이나 우유 등에는 담그지 말아야 한다. 우유는 절단된 손가락의 혈관을 손상시켜 혈액 덩어리가 생길 위험을 높인다. 얼음에 보관하지 않은 손가락은 6시간이 지나면 조직이 썩기 시작하므로 주의한다. 차갑게 유지된 손가락은 12시간 내로 가져오면 수술이 가능하다.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의사는 먼저 손의 상태를 살핀다. 주로 네 가지를 점검한다. X선을 찍어 뼈가 부러졌는지 본다. 두 번째는 인대다. 굽히는 기능과 펴는 기능을 함께 살피며 잘 움직이는지 본다. 손의 감각 이상도 살핀다. 신경이 손상됐다면 손의 감각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은 혈액순환 상태다. 혈액순환이 좋지 않다는 것은 향후 손가락이 괴사해 절단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외상 유형에 따라 수술 방법도 달라진다. 유형별로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장 흔한 ‘수지첨부손상’이다. 칼에 손을 베여 손가락 끝 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방층과 피부를 함께 붙이는 복합조직이식술을 한다. 떨어져 나간 조직이 1㎝가 넘으면 생착률이 떨어져 2차 수술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인대가 손상된 경우도 많다. 손바닥에는 손가락을 굽히는 인대가, 손등 쪽에는 손가락을 펴주는 인대가 위치한다. 와인잔 등에 손등이나 손바닥, 손가락 바깥쪽을 베인 경우 인대가 끊어진다. 이때 인대를 봉합하는 시술을 한다. 신경까지 손상됐다면 신경봉합술을 한다. 끊긴 신경은 연결해도 바로 감각이 돌아오진 않는다. 6개월에서 1년 동안 아주 천천히 회복된다. 감각이 완전히 회복되더라도 다치기 전 90% 정도까지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완전 절단된 경우는 조금 다르다. 보통 작업장에서 전기톱 등에 손가락이 잘려나간 때다. 뼈·인대·신경·동맥·정맥을 모두 연결하는 미세수지접합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수술 후에는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혈류가 잘 흐르도록 해주는 게 중요한데, 커피·담배·코코아 같은 음식은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또 최소 3개월 이상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해 기능을 최대한 원래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손은 인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이다.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일단 다치면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상현(42) 일반외과와 성형외과를 복수로 전공하고 면허를 취득한 외상 전문의다. 손·얼굴 외상 분야 5000건 이상 응급수술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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