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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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전에 난 충청도 내고향에서 굉장히 거리가 먼 제주도 막내 오빠댁에서 여름을 보내고 돌아왔다.
무언가 변한 것이 있는 듯 싶은 생각에 두리번 거리고 섰는 나에게 우리 집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조카 은숙이가 제일먼저 인사다. 『고모 우리「케리」봐.』돌아보니 온통 새까만 털로 반들반들 윤이나는 강아지 한 마리가 낮선 듯 날 보고있었다.
○…난 본래 동물에 대해서는 통 관심이 없지만 우리 꼬마 은숙이는 기가 막히게 무슨 동물이든 좋아한다.
○…며칠전 큰 오빠께서 출장을 가셨는데 추석빔겸 예쁜「원피스」를 은숙에게 사다 주셨다. 그「원피스」를 입자마자 한밤중에「케리」에게 뛰어가서는『「케리」야, 이 옷좀봐 우리 아버지가 사오셨어 이쁘지. 추석날입을거야』하면서 자랑을한다. 방에서 이 모양을 잠결에 듣던 나는 콧등이 시큰 해졌다.
그렇게 예쁜 옷을 입은 자랑이 제친구도 엄마도 아빠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고모도 아닌 까만 털의 강아지「케리」였던가? <김순희·충북영동읍 영산동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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