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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적발 북 선박의 부품은 B-52 대응할 미사일 레이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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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나마 정부가 적발한 북한 국적의 선박에 지대공 미사일용 레이더 시스템이 실려 있었다고 영국의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가 밝혔다.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정식으로 위반한 게 돼 추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IH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북한 선박에 실린 부품에 ‘RSN-75 Fan Song’이라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미뤄 SA-2 계열 지대공 미사일에 이용되는 사격통제 레이더 시스템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SA-2 계열 미사일 시스템은 소련 시절인 195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북한이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방공망 시스템이다. 북한은 현재 SA-2 계열 미사일을 1500발 보유하고 있다고 IHS 디펜스 위클리는 설명했다. IHS 디펜스 위클리는 “쿠바가 레이더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 북한에 이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며 “선박에 실려 있던 설탕화물은 운반 대가로 제공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쿠바 외교부 장관은 이날 “2기의 방공 미사일인 볼가와 페초라, 9개의 미사일 부품, 2개의 미그 21 Bis와 15개의 비행기용 모터 등이 실려 있다”며 “20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모두가 낡은 것”이라며 “수리를 마친 뒤 쿠바로 되돌아와야 하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파나마 정부는 청천강호에 실린 설탕화물을 모두 하역한 뒤에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어 현재 하역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루이스 에두아르도 카마초 대통령실 대변인은 “35명의 선원이 체포될 당시 선장이 자살을 시도하는 등 극렬하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크레인을 망가뜨려 설탕포대를 일일이 손으로 하역하고 있다”며 “조사가 마무리되려면 일주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나마 정부는 선박을 정밀 조사하기 위해 유엔 측에 전문가를 파견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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