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없는 대학은 마지막"-사표낸 이한기 서울대 법대학장의 고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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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나흘째 완강히 단식농성중이던 43명의 서울대법대 학생을 설득, 집으로 되돌려보내며 사제지간에 왈칵 울음을 터뜨렸던 그때의 순간을 두고 이한기 서울대법대학장은『어쩔 수 없는 사제의 정』이라고 했다.
6일 낮 부인을 통해 최문환 총장에게 끝내 학장직의 사표를 낸 이한기학장은『이 시점에서는 사회에서 대학을 좀더 존중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학장은 5일밤에 자택(서울 성북구 돈암동81의2)에서 학생들이 교수와의 면담까지 거부한 것은『교수가 미워서가 아니라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위이었겠지만 학생들이 교수와의 대화마저 끊고 극한적인 현실참여를 고집한다면『대학은 이미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49년부터 20년간 서울대교단에선 이학장은 학생들의「데모」는『학내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인데『이를 해결해야할 책임은 교수에게 주어진 능력밖에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난 3일은 농성중인 학생들을 만나러 도서관2층으로 올라가다 물벼락을 맞고 격분했지만 학생들이 물을 뿌리고 돌아가서는 목놓아 울었다는 얘기를 듣자 뭉클함을 느꼈다면서 그는『어쩔 수 없는 정』을 되새겼다. 또 이학장은 학생들이 순교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법의 극단은 부정의 극단』이란「로마」법 격언을 인용하면서『어떤 이유나 명분이건 과도한 행위는 대학의 권위를 저하시킨다』고 말하고『극한적인 현실참여는 삼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학교 문이 하루속히 열릴 것을 바란다는 이학장은 그동안 건강을 이유로 최총장에게 여러 차례 사표를 내었다가 반환됐지만『이번엔 정말 물러나서 평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싶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대해 서울대 학교측은 그가 학장으로서 가장 적격이기 때문에 사표를 낸다해도 현싯점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나 건강이 악화되어있기때문에 난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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