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석 없애 좌석 늘리고 새벽 출발편 만들면 … 장거리도 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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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윌슨 스쿠트항공 대표는 “저비용항공사도 장거리 노선으로 돈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좌석 수를 늘리고 경비를 줄여서 요금을 낮추면 탑승객 수가 늘어나겠죠? 그러면 장거리 노선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만난 캠벨 윌슨(42·사진) 스쿠트항공 대표이사(CEO)는 “저비용항공사(LCC)가 장거리 노선으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내놓았다. 스쿠트항공은 싱가포르항공이 중장거리 노선 전용으로 산하에 설립해 이제 취항 1년을 맞은 신생 LCC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운항지를 11개로 늘리고 수송 인원 1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둘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징은 역시 싱가포르~방콕을 제외한 10개 노선이 모두 운항 시간 5~12시간인 중장거리 노선들이라는 점. 호주의 시드니와 골드코스트, 중국 동북부의 선양(瀋陽)과 일본 도쿄까지 날아간다. 현재 중대형 항공기인 보잉777 다섯 대를 보유하고 있고 대형 항공기인 보잉787 20대를 주문해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언뜻 보기에는 재무제표를 걱정할 정도의 공격적 투자다. 해결책은 역시 원가 절감에 있었다. 윌슨 대표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없애고 이코노미석으로만 좌석을 채웠다”며 “복도도 좁혀서 좌석 수를 일반 대형 항공사의 동일 기종보다 40%나 더 늘렸다”고 말했다. 기내 엔터테인먼트 장비 삭제와 수수료 인하를 통한 온라인 예약 유도 등의 원가 절감책도 동원했다. 두 번째 비책은 새벽 1~2시 출발편을 많이 배치해 비행기를 여러 번 돌리는 것. 그는 “LCC 이용자들은 편의성이 아닌 저비용을 선택했기 때문에 새벽 시간이라도 기꺼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국 노선 취항은 한류 열풍에 따른 현지 수요 증가 때문에 결정됐다고 한다. 외국계 LCC의 한국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 여론을 전했지만 입장은 명쾌했다.

윌슨 대표는 “스쿠트항공이 싱가포르~시드니 노선에 취항한 이후 시드니를 방문한 싱가포르 관광객 수가 32.9%나 늘었다”며 “우리는 한국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싱가포르 관광객들을 한국에 데려오고 항공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진석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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