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와 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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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를 거듭 할수륵 점점 더 열을 을 리는「바캉스·붐」을 따라 부산역에 내린 것이 하오 7시30분.『해운대 가세요』,『송도갑니다』「택시」운전사들의 요란스런 부름이다. 해운대까지 2천원의 거금을 주고서 K「호텔」에 도착하였다. (후에 알고 불쾌했지만 1천원만하면 족하다).
○…약간의 거드름을 피우면서「프런트·데스크」에 예약영수증을 내밀었다. 그들 나름대로의 일인 예약확인 대조 등의 검사를 밟는 동안 손님인 나로서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드디어 확인이 된듯 한다는 소리가 걸작이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은 오늘 하루만 다른데서 주무시고 오시면 방을 마련하여 드리겠읍니다』라는 것이다.
나의 벌어진 업은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았다.
○…20여분간의 승강이 끝에 간신히 2층 구석 후미진 곳에 있는 냄새 나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시장기를 느낀 우리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서 잠자리에 들었다. 바닷바람에 훔뻑 젖은 듯한 「스펀지」요는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지만 갑작스런 모기공습엔 견딜 수가 없었다.
대저 우리나라의 관광「호텔」이란 곳이 이 지경이다. 이러고도 해외관광객을 유치한다고 떠드는 것은 억지도 유만부득이다. 나는 다음날로 부랴부랴 보따리를 싸들고 그곳을 떠나버렸다.<김충수·서울 중구 회현2가 26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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