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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뱅글, 삼성전자와 2년 재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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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크리스 뱅글(57·사진)이 삼성전자와 2년 동안 더 일한다.

 14일 삼성전자와 디자인 업계에 따르면 2011년 7월 삼성전자와 2년간 디자인 프로젝트 계약을 한 뱅글이 최근 추가로 2년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와 맺은 정확한 계약 조건은 뱅글의 요청에 따라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상태다. 하지만 첫 2년 계약 당시보다는 계약 금액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간 삼성전자가 느끼는 뱅글의 기여도는 미미했다. LG의 프라다폰, 삼성의 마시모주끼 냉장고처럼 뱅글의 이름을 딴 혁신적인 디자인의 전자제품을 삼성이 원했지만 지금까지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디자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뱅글과의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은 뱅글의 명성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하고 뱅글과 재계약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뱅글은 초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PC 등 모바일 기기에 관심을 많이 보였지만, 정보기술(IT) 기기의 사용자 환경(UI)에 익숙하지 않아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와 같이 덩치가 있는 제품을 다뤄 온 뱅글의 장점을 살려 냉장고를 비롯한 대형 가전 위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내년 초 뱅글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대형 가전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뱅글은 2009년 초 돌연 BMW 총괄 디자이너직을 사임하고, 가전과 가구를 디자인하고 싶다며 이탈리아 토리노에 디자인 컨설팅 업체인 ‘크리스 뱅글 어소시에이츠 SRL’을 세웠다. 이곳에 삼성전자 디자인 담당 4명이 파견을 나가 있는 형태로 뱅글과 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뱅글은 인문학을 전공한 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특이한 이력을 바탕으로, 그간 강렬한 느낌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심재우 기자

크리스 뱅글 미국 오하이오주 라베나에서 태어났다. 위스콘신대 영문학과와 패서디나 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1992년 10월 BMW에 합류했다. 뱅글의 대표작은 7시리즈의 트렁크 부분. 트렁크를 추켜올린 이 디자인은 ‘뱅글의 엉덩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피터 슈라이어(기아차), 월터 드 실바(아우디)와 함께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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