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폐허에 내일에의 안간힘 | 사창리일대 수마 휩쓴지 5일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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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화천=조성각·이해범기자】날벼락처럼 한 순간에 수마가 휩쓸고간지 5일, 강원도화천군사내면사창리,명월리일대 이재민들은 진흙구덩이폐허가 된 집터위에서 모두다 얼빠진 표정들이다. 그러나 한가닥 내일의 삶을 또 잇기의해 파묻힌 서까래를 꺼내는 등 허물어진 집터정리를 하며 비극의 그 날을 잊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내 이옥순여인과 3남1녀를 한꺼번에 잃은 이명재씨(32·사창리18반)는 바윗덩이만 뒹구는 집터위에 헝클어진 지푸라기를 한쪽으로 치우며 가랑비가 뿌리는 속에서 집정리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날벼락이라고해도 이럴수가 있습니까? 희망과 용기를 한꺼번에 잃었읍니다.』
이씨는장탄식을했다.
그러나 이씨의 손은 폐허에서 집정리를 하느라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같은 슬픔과 절망은 집과 농토를 수마에 빼앗겨버린 1천1백여명의 이재민들의 꼭같은 심정.
같은 사내면명월2리의 정천만씨(43)도 부인 조순여여인(43)과 장남 병기군(9)등 3남1녀를 잃은채 구호의 손마저 닿지않아 눈물마저 잃고 있다.
논에 일하러 나갔다가 혼자 살아남게된 이명재씨는 기적적으로 생후1개월된 송아지만 살아남아 슬픔에 지친 마음을 송아지 구호에 쏟고있다면서『우유죽을 쑤어 먹여도 먹지 않는다』고 눈물이 글썽해 송아지를 바라보았다.
36동이상이 흽쓸려 나간 축동마을은 산꼭대기에서 탁류가 몰고 온 바윗덩이들만 뒹굴고 72동이상이 전파 또는 반파된 사창리마을일대는 수라장이 된 채 흩어진 가구 하나라도 더 찾으려는 이재민들은 『이제 더 살기가 무섭다. 어떻게 살면 좋으냐?』고 한탄했다.
지난13년간 이곳서 살아온 남상도씨(45)는『수해가 불가항력이라고는 하나 해마다 겪는 지긋지긋한 수해를 어떻게 막게 할 수 없느냐?』고 한탄했다.
대부분이 침수한 사창리마을주민들은 아직 그치지 않은 우중에도 가구를 내놓고 어서 하늘이 활짝 개기를 기다리며 가랑비 내리는 하늘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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