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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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로마」 의 신화에 머리의 앞뒤에 얼굴을 갖곤있는「야누스」가 있다. 이것은 바로 과거와 미래에 대하여 동시에 머리를 돌리고있는 인간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몇만년을 두고 키워온 환상의나라, 달에 인간이 드디어 착륙하게 된것은 역시 인간이「야누스」이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짙다. 이제부터 인규에게는 새역사가 전개될 것이 틀림없다.그처럼 극적인 사건을 체험하면서도 벌써부터 「아폴로」11호의 성공에 대한 공명을 가리려는 것도 역시 인간이 「야누스」처럼 뒷면에 얼굴이 있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달착륙만큼 획기적인 것으로는 1519년에 시작되어 22년에 끝난 지구일주 정도였을 것이다.
역사책을 보면 이것은 「마젤란」이 한것으로 되어 있다. 사실은 「마젤란」은 이보다 1년전에 죽었으며, 항해를 끝까지 이끈 것은 그의 부하 제독중의 한사람인 「주앙·세바스찬·델·카노」였다.
그러면서도 「마젤란」의 이름만이 역사에 남아있는 것은 「컬럼버스」의 달걀처럼 일을 꾸미고 시작한다는 것이 제일 문제되는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누구보다도 「존·F·케네디」의 이름은 언제까지나 역사에 남게될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보다는 몇천년을 두고 꿈을 키워온 인간의 끝없이 미래로 향한 의지와 지혜가 뒷받침 되었다고 볼수도 있다. 그러기에 온 세계의 사람들이 그처럼 「아폴로」11호의 성공을 축원하여 왔는지도 모른다.
꿈의 세계를 현실속에 끌어들인 과학의 힘이 새삼 경이스러워진다. 그러나 그처럼 우주를 정복하게 만든 과학의힘이 인간의 혜지에서 나온것이지만 지상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인간의 어리석음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어리석음이 새역사와 함께 가셔지게 되리라는 가능성은 아직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폴로」11호의 역사적인 항해는지금도 시시각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생생하게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가 모두열광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눌만큼의 무슨 공헌이라도 했었는지, 또는 그만큼 우리의 시야가 과연 세계적으로 또는 미래로 확대되어 있는 것인지 한번 물러 앉아서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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