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사고기 탑승자 김준석씨가 전하는 당시 상황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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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에서 탈출한 승객들이 긴급 출동한 소방차량이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준석씨 제공]

6일 오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중 충돌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214편에 탑승했던 김준석(44· 엔지니어)씨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IT기업에 근무하는 김씨는 한국에서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김씨의 좌석은 비즈니스석 뒤편 오른쪽. 다음은 김씨가 전한 충돌사고 당시의 상황.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었다. 그런데 착륙 순간 첫번째 '쿵'하는 소리가 들렸고 바퀴가 땅에 닿는 소리가 평소보다 커서 '러프하게 랜딩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엔진소리가 커지며 마치 비행기가 다시 상승하려는 듯 몸이 뒤로 쏠렸고 그순간 첫번째 소리보다 2배 가까이 크게 '쿵'하는 소리가 또 들렸다. 이번엔 몸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동체가 왼쪽으로 돌아가는 듯 하더니 창문에 흙먼지가 튀어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천장에서 산소마스크가 내려왔고 기내에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승무원들은"안전하다"고 승객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연기량이 점점 많아져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착륙 전 비상상황과 관련된 기내방송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심각하지 않은 비상착륙인가보다'라고 생각했다. 짐을 챙기는 승객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약 15초 후 산소마스크에서 아무것도 안나온다고 불평하던 앞좌석의 승객이 창문 밖을 보더니'불이다'라고 소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비상착륙시 떨어진 엔진이 동체쪽으로 밀리면서 불이 난 것 같았다. 그 때부터 승무원들이 동요하는 승객들을 침착하게 탈출구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뭔가 타는듯한 냄새가 나는 연기를 두어번 들이키면서 신발도 못챙긴 채 탈출구로 향했다.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먼저 탈출한 10여명의 승객이 보였다.

땅에 내리자마자 모두들 비행기에서 멀어지려고 약 50미터 이상 달렸다. 뒤돌아 보니 기체 반대편 쪽 날개 부분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었고 소방차들이 속속 도착했다.기체의 우측 탈출구는 열리지 않은 듯 좌측 탈출구로만 약 10여분에 걸쳐 승객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모두 비상탈출을 할 무렵 기체 뒷쪽 창문에서도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그때가 오전 11시45분쯤이었다.

일부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승객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외상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탈출10~20분후 소방관들이 부상자 후송을 시작했고 나를 포함해 다친 곳이 없는 승객들은 특별한 조치없이 약 2시간 동안 뙤약볕 아래서 땅바닥에 앉아 비행기의 상단부가 불길에 타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다.

이후 수송버스가 와서 승객들을 이동시키기 시작했고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국수속장으로 향했다. 어떤 승객은 그냥 빠져 나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3시간 가량 기다려야했다. 입국수속을 통과한 후에도 연방수사국(FBI)에서 테러가능성 때문에 조사한다며 기다리게 했다.

아시아나측에서 승객들의 신원을 조사했으며 또 다른 수사기관에서도 나와 결국 오후 5시30분이 돼서야 입국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박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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