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 달 새 30만원↓… 국내 증권사도 목표주가 낮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7일 JP모건 보고서로 촉발된 주가 하락이 5일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가속도가 붙었다. 발표 당일 3.95% 떨어진 데 이어 8일에도 3.24%(4만1000원) 떨어지며 122만 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JP모건 보고서 이후 한 달 새 30만원이나 내렸다. 지난해 9월 6일(119만6000원) 이후 10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국인 매도공세는 지난달 시작됐지만 이번엔 기관마저 가담했다. 5일 기관은 약 13만 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10만 주 이상 판 것은 2010년 9월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8일 기관들이 4만 주 정도를 다시 사들였지만 외국인들은 이날도 12만 주 이상을 쏟아냈다.

 삼성전자에 대한 호평일색이던 증권사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8일 몇몇 증권사들은 발 빠르게 목표주가를 내리거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래에셋(200만→180만원), 동양증권(200만→170만원), IBK투자증권(187만→177만원), 맥쿼리증권(230만→190만원) 등은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내렸다.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대부분 스마트폰의 성장성 둔화를 근거로 한다. 아이엠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스마트폰 매출 둔화의 원인으로 일시적 수량감소(국내 보조금 이슈 및 부품수급), 지속적 수량감소(하이엔드 시장 둔화), 구모델 가격인하에 따른 ASP(평균판매단가) 하락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홍성호 연구원은 “스마트폰 부진이 일시적인 수량 감소라면 3분기 실적이 다시 좋아지며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면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 때문이라면 (스마트폰 부진은) 구조적 문제로 삼성전자 펀더멘털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8일자 ‘경쟁 심화에 처한 휴대전화업체들’이란 기사를 통해 “고급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와 HTC 등은 마케팅 비용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시장이 포화상태라 매출은 그만큼 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데는 증권사 분석이 일치한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5.5배 수준으로 2001년 이후 최저수준(5.1배)에 가까워졌다. 역대 삼성전자 PER 추이를 봐도 하위 1% 수준이다. 설사 삼성전자 내년 이익이 지금 예상치보다 20% 나쁘게 나온다 해도 PER은 7.6배 수준에 머문다. 이 역시 하위 25%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1등 기업의 프리미엄은커녕 삼성전자는 주가가 지금보다 20% 올라야 평균 PER에 다가간다”며 “지금 주가는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시장의 실망이 큰 상황에서 3분기 실적으로 우려를 해소시키기 전까지는 주가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많다. 박현 동양증권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휴대폰 사업부가 올 3분기를 정점으로 급격한 수익성 하락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탓”이라며 “과도한 우려도 금물이지만 중저가 스마트폰 성장으로 2014년 이후 삼성전자의 이익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