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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긴축과 감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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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근대화를 위한 경제계획의 강력한 추진은 우리들의 보는 눈에, 또 우리들의 생활면에 호화로운 결과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가게마다 물건이 들이 쌓여있고 생활필수품의 대부분이
국산품이 아닌 것이 없다.

<빚지는데도 한계>
젊은 아가씨나 총각들의 차림새가「빠리」의「샹제리제」나「뉴요크」의「휘프드·아베뉴」의 어느색쟁이들에 못지 않게 번질매끈한 최신 유행을 자랑하고 있다. 하늘로 치솟는 고층건물이 작금 수년간 서울의 면목을 거의 뒤바꿔놓고 있다. 장하기도하고 또 그 능력이 놀랍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계획의 목록이나 그 성과를 말하는 성장률이라는 통계숫자에만 도취하고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속담에『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빚진 죄인』이라는 속담이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물론 빛을 져도 갚을만해서 진다는 것은 떳떳한 일이요 그러한 신용은 곧 우리의 자산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빚을지는데는 스스로 한도가 있다. 원금과 이자를 어느 기한내에 다갚고도 그 원금만큼은 내게 든든한 밑전이 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빛도 그 이자를 갚기 위하여 또 현금으로 빚을 내쓰기도 하고 있는 형편이니 나라의 책임으로진 그 빚이 곧 온국민의빚이 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무서운 생각을 아니 가질수 없는 것이다.
빚으로 건설된 공장이 제빚을 못 갚게되어 정부가 책임져야하는 소위 부실기업체가 상당한 수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 곧 빚을 얻어 빚을 갚는 것들인 것이다.

<근검절약 풍조를>
가난한 살림에는 근검절약하는 밖에 살아나갈 길이 없음은 뻔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생산사업에 위주하되 내 살림의 씀씀이를 아주 억제하고 외국수출에 전력할 수 있는 생산공장과 여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부문으로 엄격히 제약되어야 하는 것이다. 일찍이 1차대전과 2차대전에서 잿더미 속에서 일어선 구라파의 여러나라의 경제부흥의 경험은 이미 그외 여러나라경제부흥계획의 산 교훈이 되어 있다. 특히 독일·영국의 경우가 우리에게 더 절실한 교훈이 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그들이 그처럼 즐기는 영국술「위스키」란 것을 전쟁중에도 전세계에 수출하여 미국등 여러나라에서 거의 부족없이 마실 수 있었으나 영국 사람들은 영국국내에서 전쟁이 끝난후 10년에도 병술을 사 먹을 수 없었고, 영국의「호텔」에서는 외국인여행자에 한해서 달걀을 먹였던 것이다. 독일에서는 전후 십사·오년까지는 개인주택이란 것을 거의 짓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방공호 같은데서 그대로 참고 살아달라고 했다. 어떠한 건설도 생산이 마르지 않고 또 외화를 받아들일수 있는 수출산업이 아니면 모두가 사치와 낭비라고 했다.
독일의 전후 경제부흥계획은 온 국민으로 하여금 독일민족과 독일국가의 부흥을 위하여 최대한도로 어려움을 참고 이겨 나가야한다는 국민적 명예와 기쁨을 가지게 할 것을 잊지 않았다. 거기에는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도록 하면서 누구나 국민된 책임에서 다같이먹고 같이 살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정직하고 성실한 계획과 실천속에서 서로 도와 근검절약하며 또 저축에 힘써 외국빚 아닌 국민자신들의 생산자본을 만들어 나갔던 것이다. 이러한 계획과 실천은 정부권력에 의한 강제의 성질의 것이 아니고 온 국민의 공동협력의 사회체제 내지는 국민기풍을 이룩하는데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책반영시켜라>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가난에서는 과연 누구가 어떤방도로 어느정도의 근검절약을 하고있는가, 물가는 날로 올라가고 각가지 세금도 강제성을 띤 저금이며 잡부과금을 포함해서 해마다 오르고 있고 또 그만큼 살림의 씀씀이도 늘어나가고 있다. 이런 경우에 월급장이의 월급이 얼마간 올라갔다고 해도 그는 결국 명목에 지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서 식량은 해마다 더 부족해서 막대한 금액의 외국쌀을 사들여야 하니, 오랜 역사를 가진 농업국이라는 나라의 농민은 농민된 보람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돼가고 있다. 하물며 부정부패는 그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라고 그 바닥이 아직 아니 드러난 것 같다. 어쨌든 이런 경우에 국가는 중대한 결심을 가지고 경제계획의 정책적·정신적면에 상당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당면의 문제며 또 먼 장래를 위해서 정부는 당파를 초월한 국가의 이름으로써 근검·절약의 정신을 정책면에서 대담히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그 첫째가 정부는 해마다 늘어나가는 정부자신의 씀씀이를 절약하여 국민에게 근검절약의 본을 보이어야 할 것이다. 오늘과 같은 국가재정의 팽창을 앞으로 어떻게 지탱해 나갈것인가, 대담하게 재정긴축정책을 세우며 동시에 대중과세의 면세점을 대폭 올리어 실질적으로 세금감면의 효과를 거두게 함으로써 저소득층의 국민들로 하여금 다소나마 생활부담을 덜어주며 생활자립의 길을 스스로 닦아 나갈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월수입 8천원으로 그날 그날 먹고 살길도 막연하거던 그 위에 세금이란 너무 과하다. 세금은 국민이 바치는 것이고, 나라가 눈을 부릅뜨고 받아가는 것이 아닌 것임을 우리가 알게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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