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변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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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외교관의 『예스』 는 『아마도』이고, 『아마도』는 『노』이고, 『노』라고 말하면 외교관이 못된다고들 한다.
그런가 하면 여성의 『노』는 『아마도』이고, 『아마도』는 『예스』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흔히 말한다. 결혼한 남성에게 부정은 금물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노』란 말을 하지못하는 사람은 남자가 못된다는 게 정설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느 의미에서는 『부』라는 말처럼 하기 어려운 것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엇갈리는 여론의 압력을 받아가면서 일해야하는 행정관리에게 있어서는 『부』란 말처럼 하기 어려운 게 없을 것이다. 그래서 소신껏 일하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가나 행정관리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은 『부』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박력과 신념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최서울시교육감은 27일하오 이른바 미감아문제에 관하여 공학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앞으로 문교·보사부가 결정한대로 따르겠다』고 책임을 다른 곳으로 살짝 미뤄버렸다.
교육자치제의 원칙을 교육감자신이 제물로 바친 폭이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제물인지 도통납득이 가지 않는 얘기다.
이러한 후퇴가 공학설득이 어렵고 양측의 의견이 대립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너무 궁색한 변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나폴레옹」이 「엘베」 도를 탈출했을 때의 얘기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기회주의자는 『반역자탈출하다』고 외쳤다.
「나폴레옹」 이 「파리」 에 접근하자『보나파르트, 파리로 향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막상「나폴레옹」이「파리」에 도착하자, 그는 『황제만세』라고 어느사이엔가 말을 바꿔 소리쳤다는 얘기가 있다.
누가 꾸며댄 얘기인지는 몰라도 미감아문제에 대한 그 동안의 당국자들의 발언도 차츰 이와 같아지는 것만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표변은 아니다. 원래가 표변이란, 군자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이를 뉘우치고 자기성행을 표범의 선명한 털가죽처럼 바꿔 가는 것을 의미한다.
차라리 이제부터라도 참다운 의미의 표변을 한다면 그리 늦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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