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참전국 외상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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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월남참전국 외상회의는 집단안보체도 아니고 지역협력기구도 아니다. 「아시아」지역의 집단안보체 또는 지역협력체는 「시토」·「앤저스」·「아스팍」·「아사」(동남아국가연합) 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월남참전국 외상회의는 1966년 10월의 「마닐라」선언에 따라 필요시 참전국간의 협의를 위해 개최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지역의 여러 국제회의 중 월남참전국간의 회의같이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하겠다. 그 이유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평화와 진보를 위해서는 물론, 월남의 자유와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직접 군대를 파견, 피를 흘려가며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참전제국은 하나의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긴밀한 연대의식아래 공헌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참전국외상회의는 1967년 4월 「워싱턴」에서의 제1차회의, 1968년 4월 「웰링턴」에서의 제2차회의에 뒤이어 22일부터 이틀동안 제3차회의를 「방콕」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참전국외상회의가 연례화되었다는 것부터가 그 회의의 중요성을 뜻하는 것이지만 이번 제3차회의같이 주목되는 것은 없다고 보겠다.
시기적으로, 이번 「방콕」회의는 바야흐로 월남협상이 본격적인 주의로 접어든 단계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이밖에 참전국공동의 관심사인 한국사태가 계속 긴장되는 가운데, 그리고 층승반환문제를 둘러싼 심상치않은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개최되는 것이다.
특히 월남정세를 볼 때 5·8 「베트콩」10개 평화안과 5·15 「닉슨」 8개 평화안이 제시되어 「파리」협상은 이전삼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에 있다. 그에따라 참전국은 전쟁의 종결방식을 비롯해서 전후복?문제와 월남의 정치적 장래문제 등 주요문제에 걸쳐 확고한 공동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 당면해서는 6월8일 「미드웨이」섬에서 개최되는「닉슨」-「티우」회담을 앞두고 월남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토의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는데는 무엇보다 「닉슨」대통령의 8개 평화안에 관한 구체적인 토의가 있어야할 것이다. 그에 표시된 철군시기, 철군방법, 총선거, 국제감시기구 등에 관해서는 보완설명이 있어야할 것이며 명실공히 참전국전체의 공동의사가 반영된 구체안이 나와야할 것이다.
협상에서 난제중 난제로 알려진 월남의 정치적 장래문제는 참전국간, 특히 미-월간에도 약간의 거리가 있는 듯하다. 미국은 연정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월남정부는 협상에서의 미국의 신축성을 염려하고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월남정부를 동요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은 철군문제에 있어서 월남군의 강화를 촉구하여 일방적인 철군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월남정부도 수긍하는 뜻을 보였지만 정치문제에 있어서의 양보는 모처럼 촉구했던 월남군강화도 그 의의를 상실하는 결과가 될 것이며 참전국이 월남을 지원한 의의도 없게 될 것이다. 참전국은 월남정부의 강력한 안정을 항구적으로 도모해야할 것이다. 전후문제에 있어서는 월남에 대한 재침을 막고 「아시아」전체의 안전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지금부터 취해야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 그러므로 월남전의 귀추는 한국민의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으며 참전국외상회의에서는 한국의 입장이 명백히 밝혀지는 동시에 그것이 실현될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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