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 회전, 거미 다리 스피커 … U2 무대 그 이상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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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원형 무대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U2의 ‘360˚’ 투어 바르셀로나 2009년. [사진 위키피디아]

현재 음질 면에서 세계 최고의 공연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록그룹 U2의 ‘360˚’ 투어다. 360도로 돌아가는 무대의 위에 설치된 거미 형태의 다리 안쪽에 스피커가 달려있다. 세계적인 사운드 시스템인 클레어가 사용된 가장 발전된 공연이다.

 1955년 창립된 클레어 브라더스는 음향 엔지니어링 회사로 출발했다. 자신들이 쓰려고 스피커도 만들고, 콘솔과 앰프도 만들었다.

 송재진 클레어 한국담당 부사장은 “U2의 원형 공연은 사운드 셋업에만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U2 사운드 엔지니어가 클레어 본사에 와서 한 달 동안이나 연습을 했죠. 한국 엔지니어가 그렇게 연습하면 아마 귀신이 될 겁니다.”

 조용필도 2011년 투어부터 클레어 브라더스의 ‘라인 어레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 장비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도 쓰였다. 클레어는 U2·마돈나·에릭 클랩튼, 고인이 된 마이클잭슨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사용하는 사운드 시스템이다. 클레어가 한국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던 15년 전쯤 조용필씨가 무작정 미국 본사로 찾아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조용필은 자신이 좋아하는 U2가 쓰는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다.

 조용필의 음향을 책임지고 있는 박병준 프로듀서가 클레어를 처음 경험한 건 1994년 본조비 내한공연에서였다.

 “상상 속의 소리를 내는 걸 보고 깜작 놀랐어요. 몇 해 뒤 클레어 본사에 시스템을 수입하고 싶다는 팩스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17년 뒤 조용필 공연을 그 시스템으로 하게 됐죠. 꿈이 현실로 된 거예요.”

 공연 시스템 엔지니어인 안성근 ㈜케빅 이사는 “소리가 좋은 스피커는 많다. 클레어가 아니어도 지금과 같은 소리는 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응답하는 시스템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라고 말했다.

 안 이사는 “한국에서도 원형 공연을 한번쯤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공연장이라도 원형 공연을 하면 물량이 4배 이상 들어갑니다. 무대 디자인이 바뀌어야 공연도 업그레이드되고 오디오도 발전해요. 톱 클래스 가수 중 누군가는 분명히 할 겁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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