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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0%' 헤쳐나갈 리더십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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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최준호
경제부문 기자

‘경제성장률 4% 회복, 반값 등록금 실현, 고용률 70%, 주택시장 정상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중소기업 상생….’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 앉아 눈을 감고 4년 뒤 펼쳐질지도 모를 장밋빛 청사진을 상상했다. 세종 기자들은 미래에 산다. 적어도 지난 몇 개월은 그랬다. 올 2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각 경제부처가 굵직한 정책들을 숨가쁘게 쏟아냈다. 목표대로 2017년에 모두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는 1인당 3만 달러 시대를 훌쩍 넘어설 것이다.

 지난달 29일은 ‘대한민국 경제호(號)’를 이끄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 100일이었다. 그는 당초 ‘약체·부적절…’ 등 국회와 여론의 부정적 평가 속에 어렵사리 취임했다. 그도 자신에 대한 평가에 애써 무심했다. 대신 서울과 세종을 쳇바퀴 돌듯 분주히 오갔다. 경제관계장관회의·대외경제장관회의·여야정협의체 등 그간 중단됐거나 없었던 부처 간, 행정부-의회 간 회의를 만들고 주도해 구체적 정책들을 그려냈다.

 100일이 흘렀고 7월이 됐다. 정책 목표는 변한 게 없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첩첩산중이다. 코스피는 1800대 중반으로 추락했고, 미국의 양적완화, 일본의 엔저, 중국 경제부진 등 대외여건은 더 어려워졌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료는 최근 기자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상반기엔 정책을 쏟아내면 됐지만 이젠 결과가 드러나야 하는데 걱정이야….” 정책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경제성장률은 8분기 연속 0%대다. 하반기에 분기별 1%대로 올라서지 못하면 ‘저성장의 고리’는 더욱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그러고 보니 현 부총리의 말 중 바뀐 게 있다. 취임 초기 ‘정책이 20%, 실행이 80%’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최근엔 ‘정책이 10%, 실행이 90%’로 은근슬쩍 숫자가 바뀌었다. 지난 100일간의 정책 발표가 화려한 말잔치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표현마저 바꾼 것이라 짐작한다. 부정적 평가를 딛고 100일을 헤쳐온 부총리가 진정한 경제수장의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고대한다.

최준호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