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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백신 권했다가 돈만 아는 의사 취급"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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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에서 조그만 내과를 운영하는 A씨. 그는 최근 병원 벽에 붙였던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접종 포스터를 없앴다. 자궁경부암이 국내 여성 사망률 2위로 높아 백신접종에 적극적이었던 그였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생겼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환자들로부터 심하게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깜짝 놀라 사실을 알아보니 백신과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논란이 됐던 일본에서도 여전히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환자들에게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백신접종으로 돈을 벌려 한다'는 따가운 시선만 받을 뿐이었다.

▶백신 맞고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연관성은 없다는데 찜찜하네

때 아닌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안전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본에서 이 백신을 접종한 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의심사례 5건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과 자궁경부암 백신과의 연관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백신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단순히 ‘차를 타고 나갔는데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처럼 ‘백신을 맞은 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의심 사례가 나타났다’는 현상만 확인됐을 뿐이다.

하지만 일본 후생성은 이를 계기로 자궁경부암 백신의 적극적인 접종권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본래 일본은 지난해 5월부터 이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으로 운영하면서 백신 접종을 권장했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 약이다. 전체 여성의 80%는 일생에 한 번 이상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는 국내 18~79세 여성 중 34.2%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특히 18~29세는 2명 중 1명이 감염된 상태였다. 대부분 자연적으로 없어지지만 일부는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한다.

전세계적으로 '가다실'(한국MSD)와 '서바릭스'(GSK) 두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100여 종류의 인유두종바이러스 중 어떤 유형의 바이러스를 막느냐에 따라 예방율에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자 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일부는 백신 접종 거부 움직임까지 보이는 모양새다. 해당 백신을 만드는 제조사는 '아직까지 백신과 연관성을 입증되지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내에는 일본과 같은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 역시 '근거 문헌을 살펴 본 결과 백신과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간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자궁경부암 백신 이상반응 6년동안 14건 불과"

그렇다면 자궁경부암 백신은 안전할까.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준수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과장은 "상대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 유해사례가 보고되다 보니 백신 안전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2007년 제품이 시판된 이후 올해 6월 20일까지 14건의 신경계 자궁경부암 백신 유해사례가 보고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마비 5건(서바릭스 4건·가다실 1건) ▲운동이상 3건(서바릭스 3건) ▲운동감소 2건(가다실 2건) ▲목 경직(가다실 1건) ▲근육긴장 1건(서바릭스 1건) ▲떨림(진전) 2건(서바릭스 1건·가다실 1건) 등이다. 다만 이런 유해사례 역시 인과관계가 평가되지 않은 자발적 보고사례다. 실제 14건의 유해사례 중 35%(5건)은 보고 출처가 불명확했다. 나머지 6건은 병원에서, 3건은 소비자가 보고했다.

한국MSD 가다실(좌)와 GSK 서바릭스(우)

신 과장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자궁경부암백신 재심사 기간"이라며 "이번 사례를 포함해 자궁경부암 허가사항에 관련 내용을 검토해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생산·판매하는 제약사들 역시 안전성을 자신하고 나섰다. 이들은 "일본에서 보고된 유해사례와 함께 세계적으로 수집한 유해사례를 검토한 결과 백신을 접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한 결과 신경계 질환 발생 빈도가 다소 높지만 독감백신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낮았다"고 해명했다. 다른 백신을 접종했을 때도 나타날 수 있는 반응으로,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를 두고 분석하면 자궁경부암 백신이 다른 백신보다 더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의료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 "국내에서만 하루 3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며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 중 하나가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석 대한부인종양학회장은 "자궁경부암 백신이 100% 자궁경부암을 예방하지는 않지만 알려진 유해사례보다 효용성이 높은 만큼 백신 접종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자궁경부암 백신이 보급된 이후 미국·호주 등에서는 자궁경부암·생식기사마귀 같은 인유두 종바이러스 관련 질환 발생이 줄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유해사례를 이유로 접종을 피하면 오히려 자궁경부암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문정림 의원은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 있지 않아 역학조사팀을 운영하지 않지만 사안이 민감한 만큼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며 "의약품 재심사 기간 동안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에 신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백신 암 예방효과는 70%…유효성 논란 불똥

그러나 자궁경부암 백신 논란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특히 자궁경부암 백신의 암 예방효과가 70%에 불과하면서 상대적으로 접종비용이 60~90만원으로 비싸다. 굳이 접종할 이유가 있냐는 주장이다.

백신의 효과에 대한 지적도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모두 100여 종이다. 이중 발암성이 확인한 것은 15종 가량. 하지만 시판 중인 백신은 문제가 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모두를 차단하지 못한다. 가다실은 HPV 16형, 18형, 6형, 11형 등 4종의 바이러스 감염을, 서바릭스는 HPV 16형과 18형 등 2종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를 인정받았을 뿐이다.

이 외 다른 종류의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했어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만일 백신 접종 전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백신을 맞아도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는 떨어진다. 여기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특성상 감염됐어도 80%는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차라리 매년 자궁경부암 스크리닝 검사를 받는 것이 낫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국가 필수정기예방접종에 포함시키자는 국회 논의에서 보건복지부는 “인유두종바이러스는 감염됐다 해도 80%는 자연 소멸하는 데다 감염돼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된다 해도 평균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접종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총 3회에 걸쳐 접종한다. 한 번 접종할 때마다 약 20~30만원 가량이 든다. 총 접종 비용은 최대 90만원 안팎이다. 특히 시판 허가 당시 임상시험에서 감염 예방 지속기간이 평균 6년에 그쳤던 점도 논란거리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적절한지 논란이 커지는 이유다.

▶제약사 마케팅 전략?…30대 이상은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접종 시기도 논란거리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맞아야 가장 좋은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 접촉으로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는 특성을 고려하면 이들 백신은 당연히 성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해야 한다. 하지만 나라마다 성문화 성숙도가 달라 접종 권장 시기가 다르다.

▲ GSK 김진호 대표(좌)와 한국 MSD 현동욱 대표(우)

국가별로 영국 11∼13세, 프랑스 14∼15세, 독일 11∼17세, 이탈리아 11∼12세, 노르웨이 10∼12세, 스위스 10∼14세, 일본 13~16세 등으로 접종 권장 연령에 차이가 있다. 한국은 고등학교때 첫 성경험을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15~17세 무렵을 최적 접종 기간으로 본다. 이후 실제 접종은 26세 무렵까지 가능하다.

문제는 10~20대만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결혼한 30~50대 여성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한다. 2007년 이후 자궁경부암 백신이 국내에 소개된 이후 약 100만~120만명이 예방접종을 마친 것으로 추측된다.

접종 비용이 비싼 만큼 이미 성경험이 있는 30대 이상인 여성의 접종률도 상당하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효과는 어떨까. 이들 연령대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유효성은 평가한 임상시험은 없다. 면역원성이 있다는 결과만 있을 뿐이다. 예방접종 효과를 입증한 자료는 없다는 의미다.

물론 지금까지 자궁경부암 백신이 시판되고 있는 여러 나라 중 일본처럼 심각한 유해사례가 나타난 경우는 없다. 지난달 13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백신안전성 자문위원회도 "자궁경부암 백신은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1억 7500만 도즈가 접종됐으며 안전성 프로파일도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유효성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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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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