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독자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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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월남평화에 관한 라틴회담이 지지부진하건 말건 월남전은 이제 종장으로 접어들고 있는 감이 짙다.
「닉슨」미국정부는 아직 명확한 월남종전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월남전의「비미국화」계획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닉슨」행정부가 월남전을 해결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외교적·군사적 비밀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뉴요크·타임즈」지 보도나「닉슨」정부는 미 월남군의 상호철수협상이「파리」평화회담에서 타결되든 안되든 월남에서 미군을 철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워싱턴·이브닝·스타」지의 최근의 보도는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조기종전 서둘러>
「멜빈·레어드」미국방장관은 얼마전 미국과 월맹간의 비밀협상은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바 있는데 월맹측은 이를 가리켜 미국내에서 반전「데모」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려는「얕은 술책」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미 월맹간의 비밀협상이 진전을 거두고 있는지의 여부는 그 내용이 공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 이외에는 알길이 없거니와, 어쨌든 미국정부가 전쟁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끝내려고 성급히 서두르고 있음은 그동안의 미정부당국자들의 여러 차례에 걸친 발언으로 미루어 명백하다.
월남정부도 미국의 조기 타결계획에 발을 맞추지 않을 수 없는지「베트공」이『그들의 명칭을 바꾸면』전쟁이 끝나는 즉시「베트콩」도 참가하는 국제감시하의 총선거를 실시할 용의가 있다는 선까지 후퇴하고있다.

<한·비·태 반응 심각>
월남전의 종막 기운이 무르익어감에 따라「아시아」국가들은 월남전후에 올 사태에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쟁이 끝나면 미국이「아시아」에서 손을 떼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여러「아시아」국가, 특히 한국「필리핀」태국 등 월남참전국가들 사이에는 심각하다.
「아이젠하워」전 미국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귀국한「페르디난드·E 마르코스」「필리핀」대통령은 월남전이 타결된 후에도 미국은 동남아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리처드·닉슨」미대통령이 자기에게 다짐했다고 전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오탠 친구이며 충실한 맹방인「필리핀」이 매로는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하려는 기미와 동구공산권과 외교 및 통상관계를 맺으려는 의사를 표명한 것도 그 밑바닥에는 미국을「아시아」에 붙들어 매려는 견제책으로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미 도움은 불가결>
「마르코스」대통령은 얼마전 미지「US뉴스·앤드·리포트」와의 회견에서 월남전후에 미군의 도움 없이는 아주 자체방위는 불가능하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중공은 소위「해방전쟁」이란 이름으로 각국에의 내전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이 회견에서 미국의 월남전개입은 우방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의 이행이며, 이는 세계의 자유국가에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닉슨」대통령이 적절한 기회에 한국을 비롯한「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순방할 계획으로 있음은 이미 알려진바 있다.
미국이 앞으로도「아시아」에 남아있겠다고 말했다는 것을「마르코스」대통령이 매우 강조하고 있는 사실은 대륙간 탄도탄(ICBM)까지 개발한 중공의 팽창주의에 대한「필리핀의 불안과 공포가 어느 정도인가를 증명해준다.

<동파 막게 힘써야>
동남아에서의「자유진영의 일선」에 자리 잡고 있는 태국 또한 월남전후에 올 사태에 몹시 불안을 느끼고 있음은「필리핀」에 다를 바 없다. 이런 점에서 태국과 중공과의 외교협상을 제의한「타나트·코만」태국외상의 제의의 진의는 태국이 진정으로 중공과의 평화공존을 희망하고 있다기보다 월남전이 끝나도 미국은 「아시아」에서 손을 떼어선 안 된다는 대미경고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아시아」를 계속 지키겠다는「닉슨」대통령의 확약은「아시아」국가들의 불안해소에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으나 종전이 구체화하면 할 수록 미국이「아시아」에 남아 있겠다는 공약을 구체화해야만「아시아」국가들의 동요를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신상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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