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자폭공격으로 맞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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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카타르의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는 11일 "전세계 이슬람 신자들과 이라크는 미국에 대항해 싸우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비디오 테이프를 방영했다.

16분짜리 비디오 테이프에 따르면 빈 라덴은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함으로써 중동에 대(大)이스라엘 건설이라는 시온주의자들의 꿈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행정부는 비디오 테이프의 주인공이 실제로 빈 라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1일 '후세인 정권과 알 카에다의 연계 가능성'을 강조하며 "테이프에서도 나타난 테러리스트와 대량살상무기 개발국의 관계를 묵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테이프에서 빈 라덴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불가피하다는 가정 아래 "미국의 거짓말과 스마트폭탄.레이저 유도탄을 무서워하지 마라"고 이라크인들을 격려했다.

그는 또 "공습의 효과를 낮추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수많은 참호를 파 적들을 교란시키는 것"이라면서 "적이 시가전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만큼 장기전으로 끌어 순교(자폭)공격을 하면 효과적"이라고 자신의 아프가니스탄전 경험을 소개했다.

빈 라덴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협력하는 자들은 모두 이슬람교의 배신자"라고 단언, 미국에 공격 거점을 제공하는 일부 걸프지역 국가들을 견제했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에 대해서는 "미국과 맞서 싸운다는 점에서는 목표가 일치하지만 그는 분명 사회주의자이자 불신자"라며 거리를 두었다.

외신들은 "이번 테이프가 부시 행정부에는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하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이라크 문제를 '종교 대립'구도로 몰고 가려는 빈 라덴의 도발은 미국인들에 대한 테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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